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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240KM 해안가를 따라 트레일러닝

을 꿈꿔보았다.

by 에스더

2024.12.04. (수)


우동면과 3분 짜장으로 자장면을 만들어 먹었는데, 별거 아니지만 짜파게티에서 자장면으로 발전한 것 같아 뿌듯했다. 스페인어 수업 후 오랜만에 카페에 왔다. 오늘이야말로 문헌 조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주 미팅을 위해 담당자에게 연락을 할 생각이었다. 서브웨이에서 쿠키를 고를 때마다 옆에 있던 궁금했던 budín이 카페에도 있어서 카라멜 맛으로 도전해 보았다. 바나나푸딩이 푸딩이 아니듯이 이 부딘이도 푸딩이 아니라 케이크와 머핀 그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디저트였다. 친구에게 처음 먹어보았다고 사진을 보내줬더니 다음번에 친구 집에서 같이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렇게 문헌조사를 시작하는가 했더니 갑자기 The Coastal Challenge라는 멋진 이름의 대회가 눈에 띄었다. 자세한 정보들을 알기 전에 1) 내 생일에 출발한다는 운명적 공통점과 2) 코스타리카 해안가를 따라 트레일러닝을 한다는 것에 혹해서 심장이 뛰었다. 그러나 좀 더 찾아보니 총 6일간 145KM 혹은 240KM를 뛰는 행사였다. 그냥 평지였으면 145KM? 일주일간 매일 하프마라톤이다!하고 했을 텐데 영상을 보니 그냥 트레일러닝이라고 산만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얕은 물은 걸어서 건너가기도 하고 가끔은 수영도 하고 배도 타고 강도 건너야 하는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건너 러닝이었다. 그리고 450만 원 내고 일주일간 텐트에서 자야 하는 가성비 안 나오는 챌린지였다.


희망을 놓지 않고 주변에 전문가.. 까지는 아니고 러닝 하는 친구들과 트레일러닝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본 결과 절대 포기를 권고받았다! 잠시 설렜지만.. 1) 트레일 러닝에 맞는 훈련을 더 하고 2) 스페인어를 아주 잘 하거나 or 스페인어를 잘 하는 친구와 함께 하거나 까지의 조건을 완성하는 날이 온다면 도전해 보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지난 주말에 생일파티에서 먹었던 chalupa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 tostadas onduladas와 아보카도, 고수 등 준비물을 사 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 뚝딱뚝딱 만들어서 엄마에게 사진을 보내 한참 자랑 했다.


마음을 다잡고 담당 교수에게 만난 지 꽤 오래되었으니 회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연락하였으나 답장이 없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그의 인스타에 들어가 보니 수많은 스토리가 올라와있었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세계 춤 대회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마 휴가를 쓰고 가셨을 테니 회의 요청에 답이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말 좀 해주지! 그렇지만 다시 보니 너무너무너무 행복한 표정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직장 동료의 다른 면을 본 것이 조금 간지러우면서도 나는 내 인생에 뭘 할 때 이렇게까지 행복한가? 하는 질문까지 와버렸다.


그는 결국 그렇게 코스타리카 국가 대표로 출전해서 국제 대회 1등을 먹어버렸다. 전에 부모님, 심지어 친구들에게도 그가 춤추는 링크를 전달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코국 대표로 1등까지 했대! 하니까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그렇게 추는데 다른 누구한테 1등을 주냐고 하셨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1등이라니 정말 멋지다! 그럼 이제 저랑 회의도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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