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딸리아노와우쿠렐레를치다 베네솔라나랑스노클링을하다 꼴롬비아나랑사진을찍어
2024.12.29. (일)
아침 일찍 다 같이 나와 키커락 투어를 떠나는 동료를 배웅해 드리면서 우리도 스노클링 장비를 받아 들고 동네 한 바퀴 아침 산책을 했다. 그저 여기저기 너무 널브러져 있는 바다사자들을 보면서 바다사자들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바다사자처럼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점심즈음이 다 되어서야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
바다가 보이는 아침 식사를 판매하는 가게로 들어와 다른 테이블에 많이 보이는 Bolón de Verde와 초코 와플, 커피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는 것도, 음식이 나오는 것도 오래 걸렸는데 다 먹고 계산을 하는데 주인아주머니가 계산을 자꾸 잘못하셔서 제대로 된 거스름돈을 받는 데까지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어렵게 계산을 마치고 나와서 오늘의 목적지인 Muelle Tijeretas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바다를 따라 걷던 길에 Playa Mann에 도착했는데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많은 바다사자들이 수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그냥 들어가서 바다사자들과 같이 수영을 했다. 어제 섬에 도착할 때부터 파도가 심상치 않아 조금 무서워서 해안가 가까이에서만 수영했는데도 바다사자들이 막 몸을 치고 지나갈 정도로 가까워서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가 동물에게 다가가는 것은 안되지만 동물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괜찮기 때문에 이렇게 바다사자를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처음 목적지가 있으니 다시 Tijeretas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가는 길에 숲 속을 지나고 언덕을 올라야 해서 쉽지 않았다. 생각 없이 그저 수영복만 입고 다녔다가 나중에 집에 돌아와 보니 수영복 모양으로 몸이 빨갛게 익어서 너무 아팠다. 아침에 선크림을 바르긴 했는데 옷을 입고 발라서 제대로 바르지 않은 부분은 난리가 났다. 이미 머리는 익어서 오늘은 어제 산 갈라파고스 지도 손수건으로 머리에 두건을 하고 다녔는데 몸까진 신경 쓰지 못했다.
알고 보니 Tijeretas는 트랙킹 코스이고 그 옆에 작게 스노클링 스팟이 있는 것이었는데 오늘은 파도가 너무 세서 절대로 물속에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스노클링을 하려고 온 사람들은 그저 앉아서 큰 파도를 맞고 있었다. 옆에 깃발이 세워져 있었는데 빨간색은 절대 물에 들어가지 마시오!이고 노란색은 위험하니까 주의하시오!이고 초록색은 즐기세요~인데 오늘은 빨간색 깃발이 달려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잠시 앉아서 파도만 바라보다 다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많이 걸어 올라와서인지 전망대에 온 것처럼 산크리스토발 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스노클링 스팟을 찾아보려고 두리번거리다가 우쿠렐레를 들고 있는 청년이 있길래 우쿠렐레가 한국어가 아니라는 것을 잊고 옆에 동료에게 '우쿠렐레' 단어를 쓰면서 이야길 하다 청년이 내 이야길 하는가? 하고 알아들어서 한참 같이 이야기하게 되었다. 처음엔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 것처럼 이것저것을 추천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섬에 도착한 지 딱 하루 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온 사람이었다. 그래도 또 괜히 이탈리아 사람을 만난 게 반가워서 베네치아 교환학생 이야기를 한참 했다. 그리고 나중엔 왓츠앱도 교환했는데 이런 식으로 갈라파고스에서만 교환한 왓츠앱 연락처가 스무 개는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갈라파고스 선배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의 정보는 신빙성을 잃어서 아까 바다사자들과 놀던 Playa Mann으로 돌아와 다시 수영하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파도가 더 세져서 조금 위험하다고 느껴질 즈음 베네수엘라 출신에 에콰도르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과 친해져서 같이 스노클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의 스페인어와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슬슬 뒤로 빠졌다. 그렇게 조금 쉬고 있는데 아까 그 이탈리아노가 또 등장해서 쉴 수 없었다. 갈라파고스 여행 내내 단 한 번만 만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반드시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된다.
동료분의 키커락 투어가 끝날 시간 즈음이 되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인터넷을 뚫어둔 가게들 앞에 도착할 때마다 와이파이를 켜서 잠깐씩 연락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엔 1) 계획과 2) 인터넷이 없었는데 오기 직전에 유튜브에서 봤던 풍향고의 어플 없이 베트남 사파여행하기 콘텐츠가 떠올랐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투어를 다녀온 동료분을 만나서 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원랜 햄버거를 먹으려다가 옆에 케밥 비슷한 음식을 파는 곳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가게에 대충 중동 지역을 떠올리는 사진들이 여기저기 붙어있어서 케밥에 대한 스테로타입으로 아무 사진이나 붙여놓으셨다 했는데 계속 앉아 음식을 기다리다 보니 반복적인 중동 음악이 계속 흘러나와서 우리는 이 나라 사람이 아니면 이 노랫소리를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중동분이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계산을 하고 나서면서 어디에서 오셨는지 여쭤봤는데 진짜로 요르단에서 오신 아저씨였다.
저녁을 먹고서는 어제 그 요거트집에 또 또 또 와서 또 콤보 1을 먹었다. 어제 먹었던 패션후르츠 맛이 맛있었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려고 복숭아와 파인애플 중에 계속 고민하니 주문받아주시는 분께서 무조건 복숭아 강추라고 하셔서 복숭아 요거트와 유카빵을 먹었다. 근데 여긴 음료를 먹어도 복숭아 주스, 마트에서 요거트를 사도 복숭아 요거트, 카페에서 추천 메뉴도 복숭아맛인 것을 보니 복숭아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산크리스토발이라고 쓰여있는 구조물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지나가는 분께 부탁드렸는데 또 그분이 콜롬비아 분이셔서 동료분께서 고향 사람이라도 만난 것처럼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칠레 동료분까지 모두 함께하는 마지막 저녁 시간을 보내고 내일 아침 일찍 시작되는 투어를 위해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