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3. Finding Flow

몰입의 즐거움

by 에스더

2024.09.05. (목)


이제는 벌써 익숙해져 버린 길을 열심히 걸어 출근하고, 사과 두 알 먹다가, 메일로 날아온 미팅에 참가했다가, 스페인어에 당황해서 호닥 도망 나왔다가, 스페인어 수업을 듣고, 그런 일상적인 하루였다. (그 스페인어 미팅이 약간 데이터 레이크 같은 플랫폼 소개여서 다음 주 즈음까지 스페인어 발전 후에는 꼭 녹화본이라도 다시 들어보고 싶다.) 이제는 살짝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그저 나머지 시간에 과제를 하고 퇴근길에 프레쉬마켓에 들려 빵을 하나 사고. 아 빵을 살 때 제빵사 아저씨가 방금 나온 빵을 늘어놓고 있는데 그중 딱 어제부터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슈크림 가득 크로와상 하나를 들고 나오셨길래 손짓으로 나 이거 줘!라고 해서 받아와서 집으로 돌아와 먹었는데 감동의 맛이었다는 것 빼고는.. 이제 조금 다른 일이든 패턴이든 만들어 보고 싶은 데까지 생각이 미치던 하루였다.


비가 세차게 내리다가도 사무실만 나서면 항상 하늘이 개어서 비를 맞아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집에 가는 길에도 비가 와서 한 손에는 크로와상을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오느라 조금 고생했다. 그렇게 집에 와서는 조금 피곤해서 핸드폰 들고 잠깐 누웠다. 오늘 수업 영상을 보기 위해 어렵사리 책상 앞에 앉았다가 전에 봤던 장학금이 떠올랐다. 아니 사실 그제 해외 장기 체류를 위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행정 처리를 하면서 청년 적금을 알아본다는 것이 떠올라서 찾다가 생각났다. 뒤늦게 찾아보다가 장학금의 주체가 이전에 호주 인턴십 선발을 진행해 주던 기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 장학금의 취지나 대상을 보면서 이거 난데?라는 생각에 딱 오늘까지인 지원 기간과 한국에서 진행되는 사전 교육 필참 요건에서 멈칫했지만 면접이라도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뒤늦게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밤 11시라 이곳 생활 패턴으로는 잠들었을 시간이었지만 쓰다 보니 재미있어서 새벽 늦은 시간까지 노트북을 붙잡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단순히 면접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를 넘어서 이거 진짜 사전교육 핑계로 한국에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왜냐면 평소에 저녁을 안 먹었을 때는 익숙해져서 몰랐는데 새벽까지 깨있으려니까 속이 쓰려서 마지막 남은 사과 두 알을 다 까먹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고서도 배가 고팠지만 먹을 게 없지! 나갈 수도 없지! 갑자기 눈물겨운 지원서가 되어버린 것. 마지막 자유형식의 열정과 포부는 눈이 감겨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한국 시간이 자정을 넘기기 전에 작성하기로 다짐하고 잠들었다.


그리고 알람이 울리기도 전인 5시 30분에 눈을 떠서 내 열정.. 내 포부.. 를 잔뜩 담아주었다. 혹시 몰라서 10월 비행 편이 얼마인지까지 찾아봤다. 특정일에 진행될 사전 교육 참여하려면 장학금의 절반을 비행기 구매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제출 후에 알게 된 사실이다. 그래서 또 혼자 큰 그림을 그려봤다. 비슷한 시기에 시상식이 열리는 공모전이 하나 있는데 우수상까지는 직접 수상해야 해서 왕복 비행기표와 호텔을 끊어준다. 그걸 또 멋지게 구성해서 내보면 한국 비행기표를 지원받고 장학금 사전교육까지 듣고 올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다. 여기에다가 회사에서 제공하는 1년에 60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다른 국가에서 일하기!권 을 사용해 보는 거지. 또 거기에다가 휴가까지 앞뒤로 잘 붙여서 써보는 거지. 뭐야~ 이러다 크리스마스까지 한국에서 보내는 거 아냐~? 흐흐 시간을 쪼개서 쓸 일이 없는 이곳에 와서 오랜만에 무언가에 열중해 본 하루였다. 사실 면접까지 보지도 않아도 괜찮다. 그냥 오랜만에 무언가에 몰입하는 이 시간이 좋았다. 거기에다가 다음 주에 나올 결과를 기대하며 보낼 일주일도 또 다른 선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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