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학교 문 닫혔길래 밥 먹으려고 귀가한 사람이 되어..
2024.09.30. (월)
여느 때와 같이 연구소에서 수업을 듣고 도서관으로 향했는데 갑자기 학교 이곳저곳이 폐쇄되었다. 경찰들이 길을 막고 있고 학생들이 구경하고 있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비 안 오면 무슨 일인지 알 수 있는 척.) 그래서 우선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오늘도 뭔가 하나는 해보고 싶어서 오가면서 항상 궁금했던 작은 SODA에 들어가서 칼도사를 주문해 보았다. 사실 뭔지 잘 모르는데 요즘 인스타를 보다 보면 항상 본인 과자를 가져가면 위에 고기랑 채소에 소스를 잔뜩 올려주는 푸드트럭 릴스(https://www.instagram.com/flavorhivetruck/?hl=en)가 뜨는데 칼도사도 뭔가 과자 위에 뭘 올려주는 것 같아 보여서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주문해 보았다.
알고 보니 과자 위에 세비체라고 하는 시큼한 레몬주스에 들어가 있는 약간의 물회 같은 것을 올려주는 것이었다. 한 친구가 전에 나는 칼도사는 과자가 눅눅해져서 싫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서 비도 많이 오길래 먹고 갈게! 해서 앉아서 먹다 보니 첫날부터 궁금했던 것을 먹어본 것에 대한 신남과 주문 성공에 또 신이 나서 갑자기 닭고기 타코 두 개도 주문하게 되었다. 엊그제 저녁에 친구가 그냥 또르띠아에 고기를 말아 튀겨서 위에 샐러드를 잔뜩 올려 소스를 뿌려주면서 어딜 가도 티코(코스타리카) 타코를 주문하면 이렇게 나와!라고 했던 것이 궁금해서 주문해 보았는데 정말 그랬다.
타코는 가져가겠다고 말하고 튀겨지는 것을 기다리면서 아저씨가 어디에서 왔냐~물어보셨는데 갑자기 옆에 계시던 가게 주인과 친구로 보이는 거리에 사시는 분이 얘 한국에서 왔지! 하고 말해서 신기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까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이 다 다르게 생겼다고 했다. 오 맞아용. 타코 두 개를 집으로 들고 와서 또 바로 먹고 맛있다 엉엉하면서도 약간 멕시칸의 맛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저녁에 다시 장을 보러 나가서 아보카도와 토마토, 고수와 레몬, 그리고 칩을 사 왔다. 그리고 전에 친구가 만들어준 초레아다스를 먹으면서 함께 뿌려준 사워크림 natilla와 함께 어제 타말에 뿌려먹은 salsa lizano도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사진을 보고 입사 초 즈음에 만나고 다시 보지 못한 회사 동료가 아주 코스타리칸 장바구니구먼 장하다! 해줬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Salsa and chips를 만들어 먹고 아주 만족했다. 사실 멕시칸의 맛이 아니라 추억 속 호주의 맛이었다. 호주에 있을 때 친구가 여러 음식을 해줬는데 그중에서도 이 살사딥을 만들어서 칩과 함께 먹는 것에 꽂혀서 한참 이것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곳에 정착하면서 여러 가지를 처음 해보면서 이렇게 나와서 혼자 지내는 것이 처음이 아닌데 왜 처음인 것이 많을까 되돌아 생각해 보니 항상 누군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혼자-혼자 지내면서 가끔은 정말 울고 싶은 날들도 있지만 또 가끔은 이렇게 먹고 싶은 음식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행복을 찾는 시간도 보내고 있다.
장을 보면서 코카콜라x오레오 콜라보 과자를 보고 맛이 궁금해서 함께 사 왔는데 저녁 간식으로 먹으면서 과제를 시작했다. 스페인어로 된 기사 찾아 읽기 과제를 하면서 뒤늦게 오늘 학교가 폐쇄되었던 이유가 폭탄 테러 협박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대학원생들의 학교 폭탄 테러 협박 등 비슷한 일들이 있었지만 갑자기 뉴스에서 우연히 내가 매일 가던 도서관(오늘도 가려고 했다가 못 간!)이 테러의 대상이었다는 것과 과제가 아니었다면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약간 충격이었다. 살아남으려면 스페인어 공부를 열심히 하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