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리아기지(부산시민공원)
유산 주소 및 위치: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시민공원로 73
https://goo.gl/maps/SaYg4cPqKBjVD5Q58
하야리아 기지. 하야리아는 또 무슨 뜻일까요? 인디언 어로 ‘아름다운 초원’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부지는 일제 강점기였던 1930년에는 이 땅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을 위한 경마장으로 건립된 곳이었습니다. 이후 1941년 태평양 전쟁을 계기로 일본군 병참기지, 군사 훈련소 등으로 바뀌는 아픈 역사도 거쳤습니다.
해방 이후 한국 전쟁으로 주한미군 부산기지사령부가 들어서면서 90년대까지도 미군 기지로 사용됩니다. 미군 기지는 도심 균형발전 면에서도 문제가 있었고 시민들의 불편,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따른 선수촌 건립 등의 이유로 부산 시민에게 돌려준다고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은 그러고도 10여 년이 훌쩍 지난 2014년 5월 1일, 드디어 100년 만에 온전히 시민들에게 되돌아오게 됩니다.
이 부지 역시 용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다가 결국 공원화가 결정되면서 세계적인 조경 디자이너 제임스 코너(James Corner)가 전체적인 기획을 맡았습니다. 약 47만 3,000제곱미터에 달하는 부산 최대 규모의 공원에는 ‘기억’ ‘문화’ ‘즐거움’ ‘자연’ ‘참여’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각종 시설물이 배치되었습니다. 공원 곳곳에는 옛 미군 부대였던 시절의 담벼락과 막사, 망루, 하사관 숙소 등 과거의 흔적도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부산시민공원으로 재탄생된 하야리아 기지는 국내 최초의 유비쿼터스 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시민공원은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연결이 가능한 공원으로, 스마트폰으로 나무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으면 수목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공원 안에 있는 주요 수목의 상태는 RFID 기술(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을 적용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최첨단 유비쿼터스 공원이자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지만 하야리아기지는 전쟁 기간은 물론 전쟁 이후에도 종전이 되지 않고 휴전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지역안보상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주한미군들의 군수물자를 보급하는 보급기지로 사용되면서 경제·문화적으로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필자 역시 어릴 때 이 미군부대의 깡통 식량과 비스킷 등을 먹어본 기억이 있습니다. 치즈가 뭔지 몰라 그냥 밥에 넣고 비볐다가 그 냄새와 짠맛에 당혹했던 기억이 나네요.
시민 공원으로 처음 개방되었을 때 이렇게 넓은 부지가 시내 한복판에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시내 한복판이 100여 년 가깝게 통제구역이었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기만 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미군주둔기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2022년 6월 22일 지정된 따끈따끈한 기념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