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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림 ComfyForest Sep 06. 2022

피란수도 부산, 문화재 지정을 기다리고 있는

부산항 제1부두

유산 주소 및 위치: (48940) 부산광역시 중구 충장대로 24


https://goo.gl/maps/rUvLzoPNPJ6akcF7A

부산항 제1부두는 1876년 강화도 조약에 의해 개항되었고 이후 1898년에 부산 해관 부지 매축(埋築) 공사 및 확장 공사를 시초로 하여, 1902년에 약 13만 6,777㎡를 매축함으로써 정차장, 세관, 우편국을 설치하고 축항 공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된 이후 일제가 항만과 철도 노선의 연결을 통해 대륙 침략의 거점이자 식민지 수탈품의 수송로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을 시작한 무역 항만시설입니다.


결국 한일합방 이후 일제강점기인 1912년 6월 15일 준공되었고, 그래서 부산에 계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부산역과 가깝게 연결되어 있으며 부산과 일본 혼슈[本州], 야마구치 현[山口縣], 시모노세키[下關市]를 오가는 관부연락선 부두로도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  한국전쟁 중의 부산역, ⓒ NARA



하지만 광복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 부산항 제1부두를 통해 유엔군이 입항했으며, 구호물자 및 군수물자들이 나가고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1950. 8. 6. 미군 병사들이 부산항 제1부두에 내려 전선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img_pg.aspx




1974년 부산항 제1단계 개발 사업에 따라 일부 시설이 개축되면서 부산항은 대한민국 수출을 이끌며 물류를 담당하는 핵심 산업시설로 자리매김을 하게 됩니다. 또한 1978년 5월 30일 부산 국제 여객 부두를 준공되면서 베트남 파경과 같은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 되는 등 수많은 사람들과 사연들이 쌓이는 곳이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연안여객터미널이 건설되기 전 부산항 제1부두의 모습, 1980년대 부산항의 모습과 북항재개발 공사현장


아일랜드해 연안에 있는 리버풀은 17세기부터 대서양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해상무역으로 이름이 높았던 유럽 최고의 항구도시였습니다. 이 항구도시가 1970년대에 들어 경제 침체에 평균 실업률은 20%를 훌쩍 넘었고 분노한 시민들의 연이은 폭동에 마가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는 군대 배치까지 고려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도시가 2008년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됩니다. 


비틀스라는 세계적인 밴드를 탄생시킨 곳이었지만 그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다가 1980년대 들어 비틀스 관련 문화 시설, 그리고 옛 항만시설을 리모델링해 관광자원화에 힘썼으며 이후로도 계속해 역사와 문화가 아우러지는 ‘문화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어 축제와 예술 등 문화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 연간 약 3000만 명 이상에 달하는 관광객들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바로 이웃에 있는 일본 요코하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859년 미일수호통상조약에 따라 개항장(開港場)이 되면서 명실공히 일본 최대의 항만 도시였으나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시가지와 항만 시설 등이 모두 파괴되었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중인 1945년 5월에는 미 육군의 폭격으로 시가지의 42%가 파괴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복구를 계속해 미나토미라이 등에서 근대 산업문화유산의 보존과 도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들도 있습니다.


부산항 제1부두 역시 이런 세계적 항구도시의 개발 사례를 모델로 피란수도 부산이라는 근대 유산과 신항까지 연결된 도시 특화 산업을 연결시키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9월 3일 개막해 11월 6일까지 개최되는 2022년 부산 비엔날레가 부산항 제1부두 창고에서도 전시회를 연다고 합니다. 이 전시회로 지금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제1부두 창고가 공개된다고 하니 저도 이번 연휴를 이용해 가 볼 것입니다.


100여 년이 넘게 항구로 있으면서 수많은 역사를 쌓아온 부산항 제1부두. 이제는 세계유산으로 전 세계에 공개되어도 좋지 않을까요. 그것은 오롯이 시민들의 관심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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