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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누 Aug 25. 2022

사직서와 함께 품고 있는 것

[키보드 치는 딱따구리]

"직장인은 누구나 가슴속에 사직서를 하나쯤은 품고 있다"라는 말이 있다.

아마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직장인들이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있다는 것치고는 내일도 출근할 직장인들이 너무 많다.

사직서를 품고 있지만 꺼낼 수 있는 상황, 조건 등이 안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출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는 사직서 외에도 품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출근할 때 한쪽에는 사직서를 품고, 다른 한쪽에는 희망을 품고 출근한다.


가끔 너무 지치고 힘든 날에는 한쪽에 품은 사직서를 금방이라도 던지고 싶은 날도 많다.

하지만 반대쪽에 품은 희망을 보고는, 출근한 날들 하루하루가 모여 나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더 나아지게 될 것임을 꿈꾸게 된다.

운동 1시간을 했다고 해서 급격한 몸의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1시간들이 모여 1년이 되고 2년, 3년이 되었을 때 예전과 다른 몸의 변화가 만들어진다.

하루의 출근 길이, 하루의 열심히 일했던 날들이 모여

언젠가는 내 집을 살 수도 있다는 생각, 승진에 대한 기대, 더 나아지는 업무 능력들을 꿈 꾸게 한다.

꼭 일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오늘의 하루는 미래의 내가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더라도

지금의 경험으로부터 깨우친 다른 모습의 나를 만들 것이며, 오늘이 쌓여 미래의 나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던 어느 날,

문득 어두컴컴해진 바깥은 바라보았을 때, 여전히 높은 빌딩들의 건물은 빛나고 있었다.

한국의 야경은 직장인들 덕분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야근하는 직장인들 덕분에 밤은 더욱 반짝이고 있었다.

나도 그런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저 많은 건물들 중 작은 불빛을 이루는 사무실 안에서 내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제 할 일 하며 살아가는 그런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그런 직장인이 되어 밖을 바라볼 때는 반짝이는 야경보다는 왠지 모를 동질감이 생겼지만

그때는 간절히 바랐던 것이 이제는 당연해진 것이 되어버렸을 뿐이다.

이 당연해진 하루를, 반복되는 하루를 이끌어주는 것은 희망이었다.


하루하루 보냈던 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회사에 있게 했고,

출근하는 날들이 모여 미래의 나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희망,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하루를 이끈다.

미래의 우리는 열심히 하루하루 출근했던 지금의 우리를 분명 기억할 것이다.

알람을 두세 개를 5분 간격으로 맞춰서 겨우 일어났던 아침을,

사람들에 끼여 답답해하던 지하철 출근길을,

먹을 메뉴는 많지만 먹을 것은 없던 점심시간을,

우리는 모두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출근했던 날은 분명 더 나은 나를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는 한쪽 주머니엔 희망을 품고 내일도 출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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