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어느 날 새벽, 책을 펼치려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어디론가 잠시 떠나야겠다.' 결국 나는 짧은 고민 끝에 그 길로 짐을 싸들고 서울을 벗어나기로 했다.
큰 계획도, 긴 준비도 없이 떠난 즉흥적인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그날 이른 아침, 어슴푸레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텅 빈 기차역 플랫폼에 서 있었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창밖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달려가는 그 기차 안에서 느끼는 해방감이 참 좋았다. 익숙한 도시의 건물들은 점차 사라지고, 곧 드넓은 들판과 푸른 산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도착한 작은 마을의 낯선 풍경은 예상보다도 훨씬 평화로웠다. 서울에서의 분주한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여유롭게 흐르는 개울물 옆을 걷고, 처음 보는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나는 그동안 지쳤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작은 시장에 들러 지역 특산물을 파는 아주머니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고, 한적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그 순간,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책상 앞에서 느꼈던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거짓말처럼 잊혀져갔다.
놀라운 점은, 그렇게 서울을 떠나 있던 하루 동안 오히려 더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떨어져서 내 일상을 바라보니, 오히려 내가 놓치고 있던 많은 것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지금껏 좁고 한정된 시각에 갇혀 있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더 명확히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당일치기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다시 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앞으로는 무작정 달리기만 하지 말고, 가끔 이렇게 짧게나마 떠나 숨을 고르고,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주자고. 결국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더 큰 성장을 이끌어내는 건 책상 앞에서 보내는 긴 시간뿐만 아니라, 잠시 그곳을 벗어나서 보내는 이런 짧은 여행의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여행을 떠날 때다. 잠시 일상을 떠나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얻은 휴식과 깨달음이 다시 공부와 일상 속으로 돌아왔을 때, 더욱 큰 힘과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