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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맛있는 걸 먹자

by DE

공부에 한참 몰두하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릴 때가 찾아온다. 오랫동안 책을 보고 문제를 풀었는데도, 점점 나아가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뒤로 후퇴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 역시 얼마 전,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던 어느 저녁, 이유 모를 답답함과 공허함에 휩싸였던 적이 있었다.


마음이 무겁고 피로한 그런 날, 나는 문득 모든 걸 덮어두고 좋아하는 스시집으로 향했다. 평소 즐겨 찾던 곳이었지만, 한동안 너무 바빠 그곳에 가지 못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게에 들어서자 정갈하게 손질된 생선들과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의 향긋한 내음이 나를 반겨주었다. 가볍게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는 순간부터, 그동안 쌓인 긴장감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듯했다.


잠시 후 내 앞에 정성스레 담겨 나온 스시 한 접시. 정갈한 생선의 선명한 빛깔과 적당히 뭉쳐진 밥알 위로 윤기가 흐르는 것을 보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기분이 좋아졌다. 첫 조각을 조심스레 입에 넣었을 때의 그 부드럽고 신선한 맛과 풍미는, 마치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는 작은 위로와도 같았다. 한 조각, 두 조각 스시를 맛보며 나는 오랜만에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맛있는 스시를 천천히 음미하며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공부와 노력, 성공과 발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토록 소소하면서도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스스로에게 자주 허락해줘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바쁘고 피곤한 일상에 빠져 있을 때에는 이런 작은 휴식마저 사치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이런 시간들이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어준다.


때로 우리는 너무 열심히 달리느라 작은 기쁨조차 누리지 못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하지만 삶의 깊고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런 소박하고 따뜻한 순간들 속에 있다. 그날 먹었던 스시 한 접시는 나에게 그동안 잊고 있던 삶의 작은 기쁨을 일깨워주었고, 다시금 힘을 내어 공부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주었다.


그러니, 가끔은 맛있는 걸 먹자. 내게는 스시 한 접시가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에게 작지만 분명한 행복을 선물하자. 그 순간의 행복이 결국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고, 내가 다시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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