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서 책과 노트만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나의 세상이 책상과 방만큼 좁아진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매일 같은 자리, 같은 문제와 씨름하며 지내다 보면 세상에 대한 시야가 한없이 좁아지고, 마치 이 작은 공간이 세상의 전부인 양 답답해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더는 견딜 수 없어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급히 떠난 여행길에서 마주한 세상은, 내가 알고 있던 좁은 방의 공간과는 완전히 달랐다. 빠르게 달리는 기차의 창밖으로는 처음 보는 넓은 들판과 낯선 풍경이 펼쳐졌고, 그 풍경들은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동안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작은 마을에 내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정겨운 시장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너무도 생생하고 다채로워서, 나는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풍성하며, 내가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끝없이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좁은 책상 앞에서 고민하던 문제들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다양한 삶의 방식과 낯선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지닌 이야기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의 경계가 넓어지고 있었다. 이 모든 낯선 경험들이 더 넓은 시야와 더 큰 가능성으로 나를 이끌어 준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꼈다.
그 짧은 여행이 나에게 준 가장 큰 가르침은 바로 이것이다. 공부란 그저 좁은 공간에 갇혀 혼자서 지식을 쌓는 과정이 아니라, 결국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고 만나기 위한 준비라는 것이다. 내가 더 열심히 배우고 더 넓은 분야로 나아갈수록, 내가 마주할 수 있는 세상 역시 더욱 넓어진다.
오늘도 책상 앞에서 다시 책을 펼친다. 하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답답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 배움들이 결국 더 멀고 넓은 세상으로 가는 길 위에서 나를 이끌어줄 귀중한 도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세상이 좁고 막막해 보여도, 결국 배움과 노력을 통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품는다.
세상은 넓다. 그리고 그 넓은 세상을 만나기 위한 출발점이 바로 지금 이곳, 작은 책상 위에서 펼친 책 한 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나는 오늘도 묵묵히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아간다. 그렇게 나는 더 큰 세상과 만나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