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무작정 길을 걷다가 발길이 멈춰진 적이 있다. 공부하다 막힌 생각을 풀고 싶어서 나왔던 산책길이었다. 한참을 걷다 문득 작은 벤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바쁘게 지나쳐 가는데, 벤치는 홀로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벤치에 털썩 앉았다.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웃으며 지나가는 친구들, 바쁘게 통화하며 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들, 천천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노부부의 모습까지, 무심히 지나쳤던 평범한 풍경들이 조금씩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문득 지금까지 내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급하게 움직이고, 목표를 향해 조급히 나아가는 동안 주변을 천천히 바라보는 법을 잊고 있었다. 그렇게 멈춰 앉은 벤치 위에서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지친 채 살아왔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벤치 위에 앉아 바라본 풍경은 내 마음에 작은 여유를 불러왔다. 단지 잠깐 쉬는 시간이었을 뿐인데, 그 짧은 순간이 내게는 더없이 소중한 쉼표처럼 느껴졌다. 무거운 책과 복잡한 문제들이 잠시 내 머릿속에서 밀려나고, 대신 삶의 작고 소중한 순간들이 마음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공부란 때로 이렇게 잠시 멈추고 벤치에 앉는 것과도 닮아 있다. 목표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중간중간 쉬어가며 내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천천히 가늠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얻는 마음의 여유와 새로운 깨달음은 결국 다시금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원동력이 된다.
이제 가끔은 이렇게 길거리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자. 아무런 계획 없이 벤치 위에서 맞이하는 이 평범한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의미와 가치를 줄 것이다.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일어나면, 더 밝고 선명해진 마음으로 다시금 내 앞에 펼쳐진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