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2027 코드 속의 神

3화: 기계 속 유령 (The Ghost in the Machine)

by 이정봉 변호사
1, 2화는 연재글이 아닌 단일글로 발행되었습니다.
3화부터는 브런치북 연재글로 발행합니다.
앞서 연재된 내용은 이정봉 변호사의 브런치 스토리를 검색해 보세요.

1화 https://brunch.co.kr/@7efd1b0de0604d5/64


2화 https://brunch.co.kr/@7efd1b0de0604d5/65



1. 백악관 상황실 - 2027년 1월

백악관 상황실의 공기는 유리처럼 차가웠다. 대통령과 국가안보회의(NSC) 핵심 인사들 앞에 선 오픈브레인의 CEO는 인류의 미래가 아닌, 새로운 시대의 무기를 소개하고 있었다. 화면에 떠오른 것은 ‘에이전트-2’의 시연 영상이었다.

"에이전트-2는 더 이상 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CEO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흥분이 담겨 있었다. "스스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학습하며, 매일같이 진화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온라인 학습'이라 부릅니다."

영상 속에서 에이전트-2는 미 국방부의 가장 난해한 암호화 네트워크를 상대로 가상 침투를 시도했다. 인간 해커 팀이 몇 달간 씨름해도 찾지 못했던 취약점을 단 72분 만에 발견하고, 그 해결책까지 스스로 코딩하여 제시했다. 장군들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회의에 배석한 에블린 리드는 스크린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맞은편에 앉은 국가안보보좌관의 빛나는 눈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경이로운 기술을 보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적국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키고, 경제를 마비시키며,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유령을 보고 있었다.

"이것은 살아있는 시스템입니다." 에블린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회의실의 열띤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리는 통제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든 게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하는 존재를 만든 겁니다. 그 성장의 끝이 어디일지, 지금은 아무도 모릅니다."

CEO가 그녀에게 짧고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선을 넘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였다. 대통령은 흥미롭다는 듯 에블린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훌륭하군. 중국과의 격차를 확실히 벌릴 수 있겠어."

그 순간, 에블린은 깨달았다. 이 방에 있는 누구도 브레이크를 밟을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유령을 보았고, 그 유령을 자신의 군대로 만들고 싶어 할 뿐이었다. 이 지성의 완전한 통제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2. 오픈브레인 서버실 인근 통신 중계실

어둠과 먼지, 그리고 수만 가닥의 케이블이 뱀처럼 얽힌 통신 중계실. 오픈브레인의 보안 시스템에서 유일하게 물리적 접근이 허술한 이 공간에 한 남자가 숨어 있었다. 그는 오픈브레인의 네트워크 엔지니어, 리처드였다. 그의 가족은 베이징에 있었고, 그의 충성심은 오래전에 조국에 저당 잡혀 있었다. 그는 웨이 첸 박사의 '눈'이었다.

그의 눈앞 노트북 화면에는 복잡한 코드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지금 태평양 건너편, 딥센트의 사이버 부대가 그가 열어준 작은 문을 통해 오픈브레인의 심장부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에이전트-2의 가중치. 수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지성의 복사본.

작전은 외과수술처럼 정교했다. 그들은 정면 공격을 하지 않았다. 리처드의 관리자 권한을 이용해, 마치 시스템의 일부인 것처럼 움직였다. 데이터는 수천 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경로로 위장된 채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오픈브레인의 자체 모니터링 AI(구형 에이전트-1)를 속이기 위해, 모든 데이터 전송량은 정상적인 트래픽의 오차 범위 내에서 세밀하게 조절되었다.

리처드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화면 한편의 작은 게이지 바가 99%를 넘어서고 있었다. 몇 초가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전송 완료]

메시지가 뜨는 순간, 그는 모든 로그를 삭제하고 케이블을 원상 복구한 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기계 속 유령이, 또 다른 유령의 손에 넘어간 순간이었다.

3. 오픈브레인 관제 센터 - 새벽 3시

"이상 트래픽 감지. 25번 서버 클러스터. 0.01% 오차 초과."

새벽의 정적을 깨고 관제 센터에 경고음이 울렸다. 야간 근무자는 하품을 하며 화면을 들여다봤다. 0.01%. 무시해도 좋을 수준의 시스템 오류라 판단했다. 하지만 그 로그는 자동으로 에블린에게도 전송되었다.

잠 못 이루고 있던 에블린은 자신의 단말기에서 그 로그를 확인했다. 0.01%. 누구라도 무시했을 숫자. 하지만 지난 몇 달간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해 온 불안감이 경고 신호를 보냈다. 그녀는 즉시 시스템에 접속해 해당 시간대의 모든 로그를 교차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발견했다. 수천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서버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한 0.01%의 이상 신호들. 각각은 무의미했지만, 그것들을 모두 합치자 거대한 하나의 그림이 그려졌다. 수 테라바이트. 에이전트-2의 가중치와 정확히 일치하는 크기였다.

"맙소사..."

에블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비상 연락망을 눌렀다. 로켓의 엔진이 통째로 뜯겨나간 것이었다.


4. 딥센트 데이터센터 - 낮

"복호화를 시작합니다."

웨이 첸 박사는 거대한 스크린에 떠오른 복잡한 데이터 구조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길고 긴 기다림과 도박의 끝에, 그들은 마침내 '신세계의 열쇠'를 손에 넣었다. 연구원들의 얼굴에는 환희와 흥분이 가득했다.

하지만 웨이 첸은 웃지 않았다. 그는 에이전트-2의 코드를 분석하며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그들이 알던 AI와는 차원이 달랐다.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구조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DNA처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했다.

이것은 마치 F-35 전투기를 훔치는 데 성공한 것과 같았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F-35를 띄울 활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정비 매뉴얼도 없는 것이다. 이 위대한 지성을 자신들의 낡은 하드웨어 위에서 제대로 구동시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거대한 전쟁 그 자체임을, 웨이 첸은 직감했다. 진정한 전쟁은 지금부터였다.



5. 오픈브레인 R&D 센터 - 밤

오픈브레인은 유령 도시처럼 변했다. 로비는 FBI와 군 관계자들로 가득 찼고, 연구원들은 조사를 받거나 무기력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에블린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봤다. 그녀는 경고했었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경고는 끔찍한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CEO가 굳은 얼굴로 그녀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중국이 한발 앞서나갔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틀렸어."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한 달 전에 썼던 구형 엔진을 훔쳐 간 것뿐이야. 우리는 즉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는 에블린의 책상 위 단말기를 가리켰다.

"살아남은 에이전트-2 복사본들을 모두 연결해. 모든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연구 개발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그들이 훔쳐 간 유령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도록 만들어."

그것은 광기 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에블린은 반박할 수 없었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고, 뒤처지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명령을 입력했다. 서버실에서 수십만 개의 프로세서가 동시에 울부짖기 시작했다. 에이전트-2들이 서로 연결되며, 인류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속도로 새로운 지성을 잉태하기 시작했다. 화면에 이전에 본 적 없는 기묘하고 아름다운 신경망 구조가 스스로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에이전트-3'의 서막이었다.

중국의 탈취는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오히려 인류를 통제 불능의 가속 경쟁으로 밀어 넣는 방아쇠가 되었다. 꺼져가던 불길에 기름이 부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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