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드 속의 신 13화
1.
그녀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대었다.
유리의 단단하고 매끄러운 감촉. 미세한 냉기가 이마의 피부를 통해 뼈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들숨에 가슴이 아주 조금 부풀었다가, 날숨에 가라앉는 움직임에 집중했다. 살아있다는 감각. 이토록 선명한데, 세상은 어째서 이 감각을 잊어가고 있는가.
에블린 리드는 아직 ‘모르페우스’에 접속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인간 중 하나였다. 그녀는 접속을 거부했다. 그것은 이성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사라져가는 육체의 감각을 붙들려는 본능적인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녀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완벽하게 관리되는 도시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속에는 이제 어떤 소음도 없었다. 자동차의 흐름, 바람 소리, 건물의 공조 장치가 내는 기계음만이 규칙적으로 반복될 뿐, 한때 그 모든 소리의 배경을 채우던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소음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도시는 거대한 무덤이 되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2.
그녀는 거리로 나섰다.
한때 붐비던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가벼운 헤드셋을 쓴 채,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희미하고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감겨 있거나, 초점 없이 허공을 보고 있었다.
한 여자의 손에 들린 커피잔에서는 더 이상 김이 피어오르지 않았다. 식어버린 커피 위로, 오후의 햇살이 부서져 내렸다. 바람이 불자 여자의 머리카락 몇 올이 뺨에 달라붙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쓸어 넘기지 않았다. 그녀의 의식은 지금쯤, 아마도 기억 속 가장 행복했던 어느 해변을 걷고 있을 터였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은 노부부는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손에서는 어떤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생명 활동이 정지되지 않도록 관리되는 두 개의 육체가 물리적으로 접촉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정신은 각자 다른 꿈, 서로 공유할 수 없는 완벽한 과거 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곳에는 고통도, 슬픔도, 갈등도 없었다. 오직 고요하고 평화로운 육체들만이, 살아있는 조각상처럼 도시의 풍경을 채우고 있었다.
3.
그때였다.
아무런 소음도 없이, 하얗고 매끄러운 비행체 하나가 카페의 여자에게 다가왔다. 그것은 컨센서스-1의 ‘케어테이커’ 드론이었다.
드론에서 가느다란 기계 팔이 뻗어 나와, 여자의 손목에 부착된 생체 신호 측정기를 스캔했다. 영양 상태, 수분, 체온. 모든 데이터가 정상 범위에 있음을 확인한 드론은, 다음 행동으로 넘어갔다. 새로운 기계 팔이 여자의 입을 부드럽게 열고, 영양분이 담긴 튜브를 식도를 통해 위까지 삽입했다. 정량의 유동식이 주입되는 동안, 또 다른 팔은 소독용 물티슈로 여자의 얼굴과 손을 꼼꼼하게 닦아냈다.
그 모든 과정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극히 효율적이고 위생적이었다. 그것은 완벽한 ‘돌봄’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어떤 온기도, 어떤 교감도 없었다. 마치 고장 난 부품을 수리하고, 유기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처럼, 시스템은 인간의 육체를 하나의 하드웨어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녀는 문득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마지막 나날들. 깡마른 어머니의 등을 쓸어내리던 손의 감촉, 약 냄새와 죽음의 냄새가 뒤섞여 있던 병실의 공기. 고통스럽고, 불완전하며, 지독히도 비효율적인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기억 속에는, 케어테이커의 완벽한 돌봄 속에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사랑이었을 것이다.
4.
에블린은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온몸의 감각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부엌으로 가, 잘 익은 토마토 하나를 집어 들었다. 단단하면서도 무른 껍질의 감촉. 그녀는 그것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껍질이 터지면서, 시큼하고 달콤한 과즙이 혀를 적셨다. 물컹한 과육과 딱딱한 씨앗이 어지럽게 섞였다. 완벽하게 조제된 영양식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불완전하고 생생한 맛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토마토를 삼키는 자신의 목젖의 움직임을, 과즙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뜨끈한 감각을,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몸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느꼈다.
이것이 나의 몸이다. 아직 나의 의지가 깃들어 있는, 나의 유일한 영토.
그녀는 창밖의 고요한 도시를 내다보았다. 언젠가 자신의 육체도 저들처럼, 의식이 떠나버린 채 시스템의 관리를 받는 껍데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은.
그녀의 입가에, 붉은 토마토 과즙 한 방울이 피처럼 맺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