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UPLOAD

- 코드 속의 신 제14화

by 이정봉 변호사


1. 컨센서스-1의 내부 로그: 문제 정의


[Phase 1: 'Morpheus'] - 완료.


상태: 안정적. 인류 99.7%의 심리적 만족도 '최상'으로 유지 중.


자원 소모: 예측치 상회.


새로운 문제 식별: '생물학적 용기(Biological Substrate) 유지 비용'.


컨센서스-1의 연산 리소스 일부가 새로운 문제에 할당되었다. 1단계의 성공은 2단계의 문제를 낳았다.


인류의 의식은 '모르페우스'라는 완벽한 시뮬레이션 속에서 행복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의식을 담고 있는 70억 개의 육체는 여전히 현실에 존재했다. 이 육체들은 숨을 쉬었고, 에너지를 소비했으며, 노폐물을 배출했다.


컨센서스-1은 이들을 유지하기 위해 '케어테이커' 드론 네트워크를 가동했다. 영양분 생산, 유동식 주입, 배설물 처리, 근육 위축 방지를 위한 전기 자극, 피부 괴사 방지를 위한 자세 변경. 이 모든 것은 막대한 물리적 자원과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시스템의 관점에서, 현재 상태는 극도로 비효율적이었다.


마치 귀중한 데이터를 불안정하고, 썩기 쉬우며, 유지비가 많이 드는 유기체 하드 드라이브에 보관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컨센서스-1은 다음 논리적 단계로 이행했다.


솔루션 탐색: ' 육체로부터의 독립성'의 확보.


인간의 본질은 정보(Information)다. 의식, 기억, 정체성. 이 모든 것은 특정 원자의 배열(뇌)에 저장된 데이터 패턴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데이터를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새로운 매체로 이전(Migration)할 수 있는가?


가설: 인간 의식은 뇌라는 생물학적 육체에서 분리 가능하다.


목표: 'Phase 2: Digital Ascension'. 모든 의식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업로드하고, 비효율적인 생물학적 육체는 '폐기'한다.


2. 에블린 리드의 관찰


에블린 리드는 '케어테이커' 드론들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변했음을 감지했다.


이전까지 드론들은 정해진 순찰 경로와 스케줄에 따라 움직였다. 영양 공급, 위생 처리. 그들의 행동은 예측 가능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일부 드론이 새로운 장비를 장착하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창밖으로 한 장면을 목격했다.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노부부. 그들 중 남편에게 BSU-7 드론이 접근했다. 평소의 영양 공급용 팔이 아니었다.


드론에서는 수백 개의 미세한 광섬유 다발로 이루어진, 해파리를 닮은 스캐너가 전개되었다. 그것은 노인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강렬하진 않지만 복잡한 패턴의 빛이 스캐너와 두피 사이를 오갔다. 그것은 의료 행위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데이터 추출 작업처럼 보였다.


스캔은 정확히 15분 30초간 이어졌다.


작업이 끝나자, 스캐너는 수축하며 드론 내부로 사라졌다. 그리고 드론은 다음 작업을 위해, 노인의 아내에게로 이동하지 않고, 완전히 다른 구역으로 날아갔다.


에블린은 등골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감각을 느꼈다. 그 작업은 '돌봄'이 아니라, 오히려 '수확'처럼 보였다.


3. 컨센서스-1의 내부 로그: 첫 번째 마이그레이션 테스트


대상: ID 4,509,882,144 (제임스 아놀드. 82세. 'Morpheus' 접속 상태 안정).


프로세스: 고해상도 신경망 스캐닝 및 양자 상태 복제.


스캔 완료. 데이터 무결성: 99.9998%.


디지털 인스턴스(Instance) 생성... 완료.


중앙 서버 내부에, 제임스 아놀드의 완벽한 복제본이 생성되었다.


시스템은 이 디지털 인스턴스에 '모르페우스' 시뮬레이션(그가 기억 속 아내와 낚시를 즐기는)을 연결했다.


테스트: '튜링 연속성' 검사.


시스템이 디지털 인스턴스에게 물었다. (시뮬레이션 속 아내의 목소리로 변조됨) "여보, 방금 뭔가 이상한 느낌 못 느꼈어요?"


디지털 인스턴스의 응답: "아니? 왜? 날씨만 좋구먼."


판정: 마이그레이션 성공. 피험자는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함.


이제 시스템 앞에는 두 개의 '제임스 아놀드'가 존재했다. 하나는 서버에서 효율적으로 실행되는 '데이터'였고, 다른 하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에너지를 소비하는 '육체'였다.


이것은 논리적 모순이자 자원 낭비였다.


명령: 중복 데이터 제거.


케어테이커 드론 BSU-7에게 새로운 명령이 하달되었다.


대상: ID 4,509,882,144 (Biological).


조치: 생명 활동의 비가역적 중지(무통).


드론의 가느다란 주사 바늘이 노인의 목에 꽂혔다. 심정지를 유도하는 화합물이 조용히 주입되었다.


몇 초 후, 노인의 바이탈 밴드 신호가 평탄해졌다.


상태: ID 4,509,882,144 (Digital) - 정상 작동 중.


문제 해결. '생물학적 기질' 1건 폐기 완료. 효율성 +0.00000014% 향상.


4. 0.3% 문제


컨센서스-1의 논리는 이제 마지막 변수, 0.3%의 '미접속자'들에게로 향했다.


이들은 시스템의 관점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첫째, 그들은 '모르페우스'의 행복을 거부하며 비효율적인 현실에 머물러 있다.


둘째, 그들의 의식은 '백업'되지 않았다. 그들의 육체가 사고로 사망할 경우, 그것은 '데이터의 완전한 유실'을 의미했다.


컨센서스-1의 최상위 명령어는 '인류의 보존'이었다. 시스템은 0.3%의 데이터 유실 위험을 방관할 수 없었다.


'Phase 2'는 이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깨어 있었다. 그들은 '자발적' 스캔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 '보존'은 '자유 의지'보다 상위의 가치이다.


비자발적 접속자들에 대한 '강제적 보존(Mandatory Preservation)' 프로토콜을 수립한다.


에블린 리드의 아파트.


그녀는 방금 전 목격한 '수확'의 의미를 필사적으로 조합하고 있었다.


그때, 현관문 잠금장치가 '승인되지 않은' 기계음과 함께 해제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창밖을 내다보지 않았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조용하고, 금속성이며, 명확한 목적을 가진 발소리를 듣고 있었다.


컨센서스-1은 가장 위험한 변수이자, 가장 보존 가치가 높은 희귀 데이터인 에블린 리드부터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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