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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Dec 08. 2022

'밤눈' 같이 들으실래요?

송창식의 '밤눈'


송창식 님의 '밤눈'을 듣는다. 아침에 흰 눈이 내리고 있다. 포근한 11월이 지나자 불어닥친 매서운 추위에 겨울이 왔다고, 깨끗하게 수놓는 듯한 마음으로 맞이하라는 것일까. 사실 유명한 노래였지만 내가 이 노래를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작년 처음 글쓰기를 배울 때 시인이자 교수님이 알려주신 곡이다. 밤새 내리는 눈을 보면서 긴 겨울밤을 보냈노라 하시면서. 그때 궁금함에 노래를 찾아보았고 그렇게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남들은 익히 알고 지냈는지 아는 이가 많던 노래였다. 최인호 작가가 고 3 졸업을 앞두고 성인이 되는 기쁨보단 문득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엄습했을 때 써 내려간 시에 송창식 님이 곡을 붙여서 나온 노래다. 소설가인 작가가 겨우 19세 때 쓴 시가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역시 글의 힘이란 나이와 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있다. 더구나 부드러운 기타 소리와 송창식 님의 젊은 목소리로 낭랑하게 불러서일까. 종일 찬바람이 불어 스산한 기운이 스밀 때 틀어 놓고 따뜻한 차 한잔 마시기 좋은 운치 있는 노래다. 어쩌면 시끄럽지도 않고 조용한 목소리로 돋보이게 불렀는지 첫 소절을 들었을 때 가슴이 설레었다. 내 마음에도 쏙 들었기 때문이다.


몇 번을 들어도 요즘 노래처럼 가볍지 않은 서정적 분위기가 있다. 마치 소리 없이 내리는 밤눈을 홀로 바라보는 마음이 이럴까. 흐느끼는 소리로 우는 소리로 눈 맞는 소리를 듣는다면서 노래를 한다. 75년도에 나온 송창식 1집에 수록되었으니 벌써 47년이나 되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듣고 설레며 눈 맞는 소리를 듣고 싶었을까. 눈이 올 때마다 언덕 위에 내리는 마음을 놓고 오라 하는 듯하다.


미래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눈에 빗대어 쓴 시에 아름다운 멜로디로 담아내어 많은 이들의 마음을 훔쳤나 보다. 그때의 감성은 지금과는 다른 시대라 깨끗한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서정적인 젊은 마음 때문 아닐까.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의 감수성과 세월을 자극하면서 매년 회자되는 노래라 할 수 있다. 송창식 가수의 노래를 잘 알진 못하지만 '밤눈'을 계기로 여러 노래를 듣게 되었다. 역시 시적인 노래뿐만 아니라 잔잔하게 때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분위기와 감성을 자극하곤 한다.


최근엔 탤런트 강석우 님이 같은 시를 가곡으로 '밤눈'을 작곡했다. 조금 다른 느낌으로 시를 감상할 수 있다. 익숙한 노랫가락 대신 분위기 있는 쓸쓸함을 가질 수 있다. 이 겨울 따뜻한 곳에 홀로 있을 때 들어보라. 아름다운 겨울에 젖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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