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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Dec 10. 2022

성탄과 신년을 기다리는 빵 파네토네

이탈리아 빵 파네토네


어느새 12월 특강의 계절이다. 이번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성탄에 관련된 빵을 만들기로 했다. 최근 몇 년간 유행하고 있는 슈톨렌과 파네토네를 주제로 잡았다. 오늘은 '파네토네' 특강 일이다. 이탈리아 국민 빵이기도 한 파네토네는 천연발효종으로만 3~4일가량 발효로 반죽을 완성해 가는 빵이다. 단기 특강이라 1박을 하면서 빵을 완성할 수 없기에 쉽게 짧은 시간 할 수 있는 레시피로 빵을 만든다. 더구나 수업 대상이 누구나로 한정된 수업이라 처음 빵을 만들어 봤다는 분들도 여럿이다. 그럴 때를 대비해 어제부터 수업 준비를 했다.



중종이라고도 하고 스펀지라고도 하는 반죽을 미리 만들어 놓고서 실온 발효를 시키고 집으로 갔다. 밤새 실온에서 서서히 커가다가 내일 수업 시간에 맞춰서 자랄 수 있게 이스트의 양을 조절해서 넣었다. 필요한 파네토네 틀을 챙기고 준비를 한다. 건포도, 크랜베리, 오렌지 필, 레몬 필을 미리 찌고 럼(주)에 절여서 3주 전 완성해 놓았다. 맛있어지라고 바닐라 빈도 첨가했다. 가끔 시간 날 때 절인 과일의 위아래를 잘 섞어주어야 골고루 맛이 들고 럼으로 인해 풍부한 풍미를 갖추게 된다. 반죽에 들어갈 호두는 낮은 온도에 살짝 구워 준비한다.



미리 발효된 중종 반죽에 우유, 설탕, 노른자, 버터가 풍부하게 들어간 본 반죽을 넣어 믹싱 한 뒤 건과일과 호두를 넣는다. 골고루 반죽에 잘 섞이면 발효실로 보낸다. 사실 수업을 위해 미리 계량도 해놓고 준비도 다 해 놓았으나 발효시간이 오래 걸리는 터라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 반죽을 처음 해 보는 분들도 있기에 발효시간이 긴 빵은 어쩌면 더 유용했을 수 있다. 예쁘게 성형해서 틀에 넣고 충분한 발효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새 발효가 완성이 되어 오븐에 들어가기 전 빵 위에 아몬드 크림을 만들어 올려야 한다. 흰자를 거품 내어 설탕을 넣고서 조금 단단한 머랭을 만들고 체 친 아몬드 가루를 섞어 준다. 삼각형 모양의 짤 주머니에 담고서 발효된 빵의 윗면에 달팽이 모양으로 돌려가며 짜준다. 아몬드 슬라이스를 올리고 크리스마스 감성의 하얀 슈거파우더를 듬뿍 뿌려 준다. 이제 오븐에 넣어 충분히 부풀어 빵이 되기를 기다리면 된다.


달콤한 향이 진동을 하고 빵이 틀 높이 두 배만큼 자라면서 커진다. 위에 얹은 아몬드 크림이 예쁘게 크랙이 생기면서 익어간다. 과자 익는 내가 풍기면서 빵의 색깔이 잘 익은 브라운이 된다. 먹음직스럽고 멋진 비주얼의 빵으로 완성이 되는 것은 기다림이다. 발효되도록 기다리고 오븐에서 커지도록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빵은 어쩌면 기다림의 미학일 수 있다. 맛으로 혀를 만족시켜 주지만 눈으로 먼저 감탄할 수 있고 코끝에 퍼지는 향에 행복할 수 있다. 특히 커다란 틀에 넣어 구운 빵이라 그런지 작은 틀보단 확실히 멋과 눈을 즐겁게 해 준다.


벌써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다. 하루하루 기다리는 마음으로 빵을 잘라먹고 성탄을 맞이하고 싶다. 처음으로 먹어본 파네토네는 커다란 냄비 같은 사이즈의 캔에 담겨 있었다. 성탄 선물로 들어온 빵이었는데 맛과 향이 달콤함 그 자체였다. 부드러운 빵 결과 노란 속살, 오렌지 향과 건과일이 촘촘히 박힌 술술 넘어가는 맛이라니. 그때 처음 맛본 파네토네의 맛에 반해서였을 수 있다. 내가 빵에 푹 빠지게 된 이유가. 버터와 설탕, 우유, 계란이 많이 들어간 빵이 맛이 없을 수가 없으니 당연한 이치다. 빵 속에 박힌 부드러운 건과일도 새콤달콤함을 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빵 한 개로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고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좋을 터, 나는 그런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을 만든다.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더 상급의 일 아닐까. 오늘도 갓 만든 맛있는 빵을 주변에 나누고 한 개 들고서 퇴근을 한다. 문득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진다. 올해 슈거파우더 같은 새하얀 달콤함이 깃든 성탄이 되길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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