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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Dec 17. 2022

설원의 슈톨렌을 만들어요.

독일의 성탄을 기다리는 빵


연일 몰아치는 한파에 폭설이 예정되었다.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하면 출근 걱정이 되는지 '슈톨렌' 특강 당일 취소자가 나왔다. 대기도 많아 일찍 마감되었는데 날씨로 인해 아침에 취소를 하다니. 수업에 오고 싶어도 못 온 들이 많았는데 말이다.


눈 덮인 하얀 모습의 슈톨렌은 독일의 전통 빵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조각씩 잘라먹는 빵이다. 와인이나 커피, 차와 같이 먹으면 엄지를 들어 올리는 맛이다. 슈거파우더가 풍성히 덮여 있는 슈톨렌은 가운데를 얇게 잘라먹고 마주해서 보관한다. 그래야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슈톨렌은 과자 같은 질감이지만 이스트가 들어간 빵이다. 버터와 건과일이 많이 들어가 이스트를 넣어도 많이 부풀지 않는다. 반죽 양의 절반이 넘게 절인 건과일과 견과류가 들어가 속이 꽉 찼다. 건포도, 크랜베리, 오렌지 필, 레몬 필 등을 전 처리하고 럼에 절인 뒤 스파이스 향이 나게 바닐라 빈, 넛맥, 시나몬 가루를 넣었다. 미리 절인 건과일에 호두 등 좋아하는 견과류를 오븐에 데워 사용한다.


모양은 타원형으로 밀어서 가운데 마지팬(아몬드 반죽)을 넣고 뚜껑 닫아 입술 모양으로 눌러서 만든다. 2차 발효가 되면 오븐에 넣어서 25~30분을 구우면 된다. 완전히 식기 전 헤이즐넛 버터(태운 버터를 이른다)를 앞뒤로 발라서 빵에 스미게 하고 설탕을 묻힌다. 충분히 식으면 듬뿍 슈거파우더를 뿌리고 여러 번 묻히면서 랩으로 포장한다. 슈톨렌은 만들고 5~7일이 지나야 숙성이 되어 더 맛있다. 적어도 이틀은 지난 뒤에야 맛볼 수 있으니 오래 기다리는 그 맛이 궁금할 뿐이다.


빵 반죽에 스파이시한 향이 살짝 돌아 입맛을 자극하는 향이 있다. 숙성이 되면 더 맛이 좋아지고 절인 건과일이 부드러움을 살려줄 것이다. 하얀 눈 내리는 설원의 모습을 하고 미소 가득한 얼굴로 인당 2개씩 포장해 갖고 간다. 아마도 성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까운 지인들과 가족에게 선물하는 기쁨 때문일 것이다. 빵은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때로는 부담 없기도 하지만 값비싼 재료를 사용하고 어디서도 구하기 어려운 특별함도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가까운 가족과 지인을 떠올린다. 귀할수록 사랑하는 이들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최근엔 카페에서 언제든 맛볼 수 있는 케이크 때문인지 성탄 케이크를 굳이 사지 않는다. 그만큼 주변에 맛있는 먹거리가 많다. 그러나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부모님과 아이들이 먼저 떠오른다. 누군가 케이크 수업 후 지인에게 주려 했는데 끝나고 보니 너무 아까워서 집에 가져가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가족이 먼저 떠오른 것은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과 맛있는 슈톨렌을 나눌 생각에 함박웃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본다. 나도 성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슈톨렌을 잘라먹으며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꿔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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