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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Apr 01. 2023

섬세한 자아와 사랑을 깨닫는 과정

『불륜』, 파울로 코엘료, 2014, 문학동네


린다는 신문사 기자로 아이 둘과 부자 남편을 둔 지극히 안정적이면서 부러움 살만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인터뷰한 작가가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라고 한 말을 곱씹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자기가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전과 같은 삶이 아니라 좀 더 과감하고 진취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엉뚱한 상상과 해보지 않았던 행동들이 문득문득 나를 둘러싸고 과감해지고 싶을 때가 있다. 나라면 전혀 하지 않았을 생각이나 이전에도 해보지 않았던 도전을 하게 된다고 할까.


가끔은 먹어보지 않던 음식들을 주문하고 입지 않았을 옷을 사고 내게 어울리지 않는 맞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 그런 상상. 그런 시절을 지나와서인지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다. 막 아이들을 키우는 정신없는 와중에 내게 집중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기라도 있는 것은 어쩌면 큰 축복일지 모른다. 그러니 그때의 시기를 겪는 것은 또 다른 감정일 것이다.


섬세하게 여성의 감정을 짚어나가면서 생각의 흐름대로 마치 내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골목을 지나면 카페가 나오고 강가를 달리다 보면 잔잔한 호숫가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물결을 보면서 공원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사이 감정의 기복과 생각의 순서에 따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한편 지지해 주고 싶었달까. 그녀의 일탈이 아닌 일상에서 겪는 고뇌와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가능해졌다.


우연히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 영화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파울로 코엘료의 '불륜'을 알게 되어 궁금함에 읽게 된 소설이다. 섬세하게 여성의 위태로움과 흔들리는 마음을 잘 알게 해 준 소설로 결국엔 사랑이란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정치가이자 동창인 야코프의 만남으로 과격한 행동들에 대한 답을 얻게 되지만 그의 부인에게 복수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과정은 어처구니없고 우습게 느껴졌다. 일종의 질투의 발현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고 주술사를 만나는 과정을 통해서 이해받고 싶었나 보다. 어쩌면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싸는 소릴 한다고 느낄 수 있다.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 때로는 지겹고 변화를 주고 싶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행복의 기간일 수 있으나 일탈이나 변화 없는 지극히 잔잔한 물결 같은 시간일 것이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때론 참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 그런 기간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폭풍이 지나고 따가운 햇살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닐까.


겨우 30대 젊은 부인이 가진 생각이 발칙하다고 밖에 여길 수 없다. 내 30대 땐 어땠을까. 하루하루 거칠지만 치열했고 나름 한 계단씩 밟아나간다고 여겼는데 지나고 보니 그런 시간들이 나를 성장시켰을 것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으나 그에 대한 답도 오로지 자신에게 들어야 한다. 누구에게 묻거나 할 수 없는 내 시간이 아닌가.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야말로 견디며 살아내는 시간일 테니 이것이야말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가족의 사랑과 자신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은 모두에게 일찍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난 비록 최근에야 이런 문답을 했을 뿐 누구라도 같은 답을 갖지는 못한다. 사랑은 나를 이해해 주고 지지해 주는 한 사람으로 족하다 한다. 그게 지인이나 가족이든 사랑하는 사람이던 무한 애정으로 지지하고 알아봐 준다면 살만하지 않겠는가. 자기를 알아주는 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했다는 옛이야기를 들어 보면 어쩌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느끼는 심리묘사가 좋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안착 시 느끼는 감정을 읽으면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 강한 욕망을 느꼈다. 폭풍이 몰아치는 감정을 주체할 길 없어 앉아서 한참을 울었다는 장면에 깊은 환희를 가졌다. 물론 모든 순간 감정이입되지 않았지만 왜 코엘료의 글이 인기 있는지 알 것 같다. 순간의 감정을 잘 이끌어 내는 탁월함이 있어서다. 무모하지만 강렬함이 있고 화면으로 보는 것 같은 섬세함이 있다. 젊은 여성의 자아와 사랑 찾기라는 이야기 속 섬세한 느낌을 알아가고 싶다면 한 번쯤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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