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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May 12. 2023

그리움 속에 있는 가족


하늘이 맑고 청아하다. 입하가 들어있는 5월은 어린이, 어버이, 성년의 날과 스승의 날까지 있는 달 아니던가. 기념할게 많다는 건 그만큼 챙겨야 할 늘어난다는 것과 지갑이 홀쭉해진다는 것이다. 때로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되새김질해도 현실 앞에 선 언제나 초라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뭉클함과 가슴 따뜻한 울림, 그리움과 사무치는 울컥함을 갖겠지만, 그리움이라는 말속엔 보이지 않는 사랑의 의미가 숨어있다. 추억과 함께하는 세월 속엔 지나간 것이 아름답게 미화되고 오랜 세월 문득 떠오르는 기억은 왜곡으로 치장해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되기도 하니까.


동생네가 우크라이나로 떠나고 맞은 어버이날엔 새로운 딸이 내게 카네이션을 안겨주었다. 화려한 분홍의 카네이션이 각각 다른 꽃으로 포장되어 고모, 고모부 거라면서 들이민다. 학생인 조카에게 무슨 여유가 있어서 챙겼냐니까 "저한테는 고모가 꽃보다 중요하잖아요." 한다. 말도 이쁘게 하지. 엄마에게 들러 꽃을 전해드리고 내게도 챙겨주는 센스에 웃었다. 문득 아이들도 멀리 나가있는 이때 딸처럼 나를 챙겨주는 조카가 있다. 얼마 전 내 생일에 오지 못해 늦은 날 만나 데이트를 한 적도 있다. 최근 부쩍 바빠 얼굴 볼 새 없는 딸을 대신해 이런저런 애교도 부리고 학교생활도 들려준다.


멀리 러시아에서 공습을 감행한다는 기사라도 뜨면 나도 마음이 불안한데 어린 조카는 표현하지 않지만 놓고 온 친구며 동생네가 걱정될 것이다. 베이글이 있어 몇 개를 챙겨주려 불렀다. 주스 한 잔과 초콜릿이 듬뿍 들어가 초코 디핑한 초코 베이글이 맛있다며 웃는다. 가족이 함께 한국에 들어왔으나 대학 진학을 하고 부모는 멀리 우크라이나로 보낸 조카가 아직 또래들보다 어리지 않던가. 오랜 외국 생활에 말과 쓰는 글도 어색할 텐데 부모를 떠나 처음으로 홀로 지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사는데 어른 아이가 다 어디 있을까. 살면서 한 번은 온전히 홀로 서 보고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오롯이 세상에 맞서야 할 때가 있으니 남들보다 이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 테지.


가족이란 어버이날이라는 타이틀에만 있는 게 아닌 가슴속에, 전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와 내 심장 가까이 숨 쉬며 늘 날개 아래 품어주는 마음과 같은 것이다. 가장 기쁜 일이 있거나 맛있는 먹거리라도 생기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가족'이라는 단어니 나이 들거나 어려도 여전히 우리의 생각 속에선 늘 그리움이라는 언어로 꿈틀대고 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조카가 졸업을 하게 된다면 그때 웃으며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현재 딸처럼 살가운 마음을 갖춘 조카가 웃으며 지금의 시간을 되내기까지 열심히 사랑하며 내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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