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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May 15. 2023

우크라이나에서 보내온 소식


동생과 오랜만에 보이스 톡을 했다. 지구 반대편 나라에선 전쟁 중이라도 밥 먹고 일하며 학교 다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시간일 텐데 공습이 울려 수업을 못한다며 전기가 안 들어와 정전이 된다고 다. 그리곤 러시아가 이번 기회에 전쟁을 하면서 막대한 인명피해가 있다고 하니 공산당이 자기 살 길을 먼저 찾는 덕에 여기저기 구멍이 드러나고 있다며 여러 일야기해 준다.


러시아가 판 석유를 중국과 인도에서 가장 많이 사 갔는데 반값에 산 석유를 인도가 재판매하면서 막대한 이윤을 얻었다 한다. 전 세계에 판매한 석유대금을 미국이 은행에 묶어 놓고 더구나 푸틴과 그의 오른팔들이 빼돌린 금액이 해외은행에 묶여있으니 우크라이나 재건에 드는 비용과 맞먹는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선 우스갯소리로 해외에 묶인 러시아 돈이 자기 나라 재건 비용으로 사용될 것이라 하는 말을 들었다며 웃는다. 올해 안에 전쟁의 끝을 맞이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5개로 나뉘게 될 거라는 예상을 했다. 아마도 민족이 다르거나 여러 러시아 내부사정에 의해 그럴 것이다.


예상 시나리오 대로라면 세계시장의 판도는 바뀔 것이다. 미국 위주의 세계시장 재편이 있을 것이고 더 이상 러시아는 강대국이 아닌 중국과 아시아의 약진이 있을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여러 국가로 쪼개진다면 당분간은 혼돈이 있겠으나 우크라이나가 떨어져 나갈 때처럼 EU의 약진을 내다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곧 우크라이나는 EU에 가입을 할 것이라니 그러면 달러의 상승으로 인한 환율 때문이라도 전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한다.


월급 빼곤 모든 게 오른 현실이지만 그래도 맥도날드가 이런 전시상황에도 오픈을 했단다. 살고 있는 도시에 맥도날드 같은 기업이 들어온다는 것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대사관의 언질이 있었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정세를 고려한 것이 아니겠는가.


실시간으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으며 전세를 들을 수 있고 사진이나 자료의 이동이 쉬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니 이런 기막힌 일들을 바로 듣고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보고 듣지도 못할 사실일 텐데. 근처 러시아의 한마을은 서대문 정도의 도시인데 얼마 전 폭격으로 4만 명이 죽어 시체가 쌓였다 한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구 소련 시대부터 정병으로 이름났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죽은 인원과 그전에 죽은 사람들까지 합하면 10만 명은 족히 될 거로 추측하고 있다. 죽은 인원 말고도 부상 인원을 생각해 보면  3~4배는 될 거라는데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끝나는 일일까. 러시아의 소도시나 시골에 사는 남자들은 어린아이와 노인을 제외한 모두가 차출되었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들, 아버지, 가장 아니던가. 그런 그들이 전쟁의 총알받이로 나가서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명분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사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누군가는 목숨이 왔다가는 전쟁에서 살아남기를 바라고 가족의 평안과 안녕을 염원할 것이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환경에선 하루의 삶에 풍족한 식량과 물이라도 맘껏 사용하는 게 소원일 수 있다. 이런 세상에 살면서 아무것도 아닌 작은 것들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치 떨면서 눈물짓는 것은 어쩌면 위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이유 없는 총알받이로 스러져가는 상황에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니 삶은 아이러니며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하며 위로받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생각을 돌려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있다는 것,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현실일 수 있다. 가끔은 잊고서 나를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넣을 필요조차 없는, 그럴 값어치조차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그래, 그렇게 오늘도 나는 숨 쉬고 밥 먹고 그렇게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내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다. 어서 전쟁의 그림자가 걷어지고 가족의 안녕과 안전을 지구반대편에서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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