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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Oct 03. 2023

세포와도 같은 마음


사람 마음은 아주 미세한 세포다. 작은 변화에도 진로 변경하고 자가 증식을 하며 장애물이 있을 땐 돌아가기도 하니 세포가 아니면 무엇일까. 때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받아들이며 몸집을 키워가니 그것이야말로 사람 마음과 같지 않은가. 세포가 건강하면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 자가 분열을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세포는 자기 몸집을 불려 가면서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병들게 한다.


마음은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행복과 불안, 근심이나 따뜻함, 애정과 음흉, 건강을 알 수 있다. 눈이 맑지 않다면 필히 건강하지 않고 눈 매무새만 봐도 사랑스러우며 걱정과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사람의 기운을 내뿜는 눈은 서로 바라만 봐도 좋고 나쁜 기운이 응축되어 전해진다. 때론 고압적이거나 위협을 느낄 수 있고 상대를 얕잡아 볼 기운을 주기도 한다.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자기의 현재 마음가짐과 상대에 비치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하니 마음의 눈이 될 수밖에 없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바라는 것들이 있다면 우주가 그 기운을 받아 도와준다고 하지 않나. 어떤 한 가지에 집착할 땐 온통 세상에 보이는 것이 생각의 끄트머리에 가 있다. 때론 위험할 수도 모험심 가득한 일이 될 수 있으며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 될 수도 있어서 우리는 꿈을 꾸고 이상을 얘기하며 미래를 그려보는 수고를 한다.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가봐야 알 수 있을 테니까.


쉬지 않고 하는 세포 분열은 날마다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살아가는 우리와 같다. 티 나지 않고 보이지 않더라도 자기 역할에 충실해야 노화도 더디고 날마다 이뤄져 나갈 수 있을 테니 매일 생성되는 각질 같은 의미다. 탈락되는 게 있어야 새로 생성되는 세포가 더 잘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 자기 자리에서 매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이 역할을 다 감당하고 자라는 것일 테다.


난 오늘도 내 자리에서 빛나기 위해 열심을 내었다. 누군들 최선을 다해 살지 않는 이가 있으랴. 더구나 요즘처럼 살기 어렵고 경제적으로 여유와 낭만이 없는 세대는 마음조차 스테인리스처럼 차갑거나 뜨거운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자기 체온보다 주위 온도에 더 많이 영향받지만 늘 본인의 온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빨리 데워지고 열을 전달하며 온도를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일 수 있다면야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나만의 온도로 살아가는 데는 많은 용기와 주관이 필요하다. 굵은 뚝심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이 장착되어야 하니까. 쇠심줄처럼 질기고 끊어내지 못하는 강한 탄성이 있어야 반등할 수 있다. 속에 담아내야 할 수많은 것을 걸러내고 응축하고 추려 낼 수 있다면야 얼마나 쉽지 않은 선택일까. 그만큼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만들고 가지는 게 아니니 그러려면 응어리지지 않는 마음가짐과 유연함이 필요하다.


때론 부러지지 않는 강인함도 필요하니 부드러움이 가장 강할 수 있다. 뻣뻣한 마음보단 쓰다듬어 줄 수 있고 포용할 수 있는 품새가 더 필요하다. 강함은 곧 연약함이 아니요 새털 같은 마음이니 가장 부드러운 것이 어쩌면 가장 강한 것과 대적할 수 있을 테니까. 꺾어야만 이기는 게 아니니 동행 또한 이기는 비기 일 것이다. 오늘에서야 이런 마음가짐을 생각한다. 난 얼마나 부드럽고 연약한 지에 대해서. 비록 부족할지라도 늘 안아주고 품어주며 유연한 사고와 넉넉한 품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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