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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와 하수의 차이

친구의 전화와 후배의 카톡으로

by 최림



며칠 전 부부 싸움을 한 친구가 생각나 전화를 했다. 아직 전화를 안 받는 걸로 봐서 쉬고 있나 보다. 주말 식구들 다 모였는데 쉴 수 있는 시간이라도 있는 건지. 그나저나 컨디션이 좀 난해해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전화가 온다. 남편과는 이혼 대첩이 갈 수 있게 한판 크게 붙었다고 하며 자기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럴 수밖에. 나도 그렇고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전해지는데.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을 친구도 같이 느끼고 있음이다. 마음 여리고 눈물을 왈칵 쏟아내었을 말로 목소리는 하이톤에 밝게 말하고 있지만 얼마나 힘들지 전해진다. 아빠의 부재로 인한 아픔을 남편은 보듬어 줄 수 없고, 어린 시절 술주정하던 모습이 생각나 약간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그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내려 해도 나는 안된다면서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며, 내가 많이 부럽단다.



나는 10년 더 살아보면 지금처럼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나도 그때는 그랬다고. 아직 아이들도 어리고 남편과 산 세월도 얼마 되지 않아서 일 거라며. 정말 그랬다.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사귄 것도 알고 지낸 것도 아닌 사이에 동갑내기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비슷한 환경과 마음이 통했나 보다. 우리는 어떻게든 말하지 않아도 속속들이 오래전 알고 지낸 것 같은 마음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깊은 곳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어서일까? 그녀는 자기의 속내를 보이며 내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있다. 나는 그런 그녀가 좋다. 사랑스럽고.



오랜 시간 알고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들 속속들이 그 마음에 가닿을 수 있을까? 하나 나도, 그녀도, 우리 모두 마음 깊은 곳으로 서로에게 닿았으리라 확신한다. 글로 소통하는 것은 많은 이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세월 앞에 같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서로 다른 생을 살았다 하더라도 풀어헤쳐진 머리카락처럼 정열 되지 않은 마음을 돌보고 빗질할 수 있는 게 아닐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된 거다. 나는 그렇다. 그걸로 된 거다.



나랑 별 교류가 없던 교회 후배로부터 톡이 온다. 카톡 사진이 바뀌어서 들어가 보니 글이 있어서, 언니가 평소 어렵고 힘들었는데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기 같은 글들을 읽으며 몰래 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고도 하고. 카카오 스토리에 들어가 보니 재능 있고 할 줄 아는 게 많았냐며 묻는다. 자녀들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으면서. 별일이다 싶어 물어보니 브런치에 올린 글이 카톡과 연계되어서 바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런 줄 도 모르고...... 내가 하는 일이나 개인적으로 엮인 사람들이 내 글로 나를 판단하고 만날 때마다 그런 얘기를 한다고 하니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SNS는 좀 조심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어쩔 수 없이 카톡 연계한 글 들을 모두 삭제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 얼굴을 보고 수업하는 나는 모르는 수강생한테도 글로써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수 있기에 놀란 마음을 쓸어내려야 했다. 어쩌면 빨리 알아서 다행인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건 아니건 내밀한 이야기를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내는 것은 어쩌면 울타리나 방패를 치는 것 인지 모른다.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아닌 업무적으로 엮인 사람에게 오픈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 별생각이 다 들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 만은 않다는 것을 보고 느낀다. 누군들 나를 아는 지인을 통해 전해 듣는 소식이 즐거울 리 만은 없기에. 때로는 가까운 사람이 제일 불편하고 힘들 수 있음이다. 오늘 깨달았다. 별 친분 없는 인연으로부터 전해 듣는 내 소식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해서가 아니다. 나를 모르던 사람이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면서 해 준 말들이 기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껄끄러운 마음이 작용했음일까? 아직까지 나는 자신이 없나 보다. 조금 더 내밀한 얘기를 올리지 않았음을 감사했으니까. 교회서 떠들고 다닐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불편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괜찮아질까? 고수는 자기의 허물을 농담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데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하수 인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아서. 언제쯤 여유롭고 유연한 사고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런지. 내 한계는 어디까지 인지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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