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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Sep 24. 2023

호두강정과 피칸강정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다. 주말 지역 특강이 있어서 출근하다가 바라본 하늘은 계절이 깊어감을 알려준다. 추석 전 호두강정과 피칸강정시절에 맞는 메뉴라 하루 만에 마감되어 담당자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처음 강정 수업을 하자는 말에 그러마 했지만 2시간 동안 2 품목을 하기엔 빡빡하고 더구나 2회 연달아 수업하니 좀 바쁜 시간이다. 강정을 배운 건 벌써 십여 년 훌쩍 넘었다. 그때 배운 것을 한동안 써먹지 않았고 튀기기에는 기름 처리가 수월하지 않으니 방법을 바꿔야 했다.


먼저 호두를 물에 데쳐내야 하는데 쓴맛과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정통 방식은 시럽을 만들어 조리다가 건져내 낮은 불에 튀겨낸다. 그러나 2시간 동안 시연하고 지도하기엔 역부족이라 방법을 바꿔야 했다. 호두를 데치고 건조를 한 뒤 조리고 다시 튀겨내는 것을 바꿔서 여러 방법으로 연습을 했다. 다행히 난 오븐 사용에 익숙하기에 데친 호두를 말리고 조리는 과정 중 하나를 생략해야 20분 내로 시연하고 만들어 갈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몇 번을 연습했다. 호두를 데치고 시럽에 바로 조린 뒤 오븐에 말리는 방법으로 했다. 전체 시간을 체크하고 오븐 온도와 시간 조절하는 복병이 남아있다. 집에 있는 오븐은 데크오븐이 아니기에 가정용으론 한계가 있다. 수업 일이 다가오자 미리 필요한 재료 계량을 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게끔 시간 안분을 하면서 소분해 놓았다. 그리고 센터 오븐으로 연습을 했다. 이번 수업엔 센터와 옆 교회의 자선바자회와 맞물려 홍보하는 자리기도 했다.


연습 중엔 오븐 온도가 잘 맞지 않아 색이 진하게 나왔다. 그래서 시간 조정하고 온도를 낮춰 굽기로 했다. 준비를 마치고 피칸과 호두 각각 연습하고 입을 가운도 깨끗이 손질했다. 깊고 푸른 하늘이 날씨만큼이나 어울려 주말 나들이 가기 좋았다. 도착한 아침 이른 시간엔 바자회로 온통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보통 한적한 센터의 하루와 달리 지역축제와 더불어 먼 곳에서도 사람이 몰려들었다. 아이들 체험학습이 있어 부모의 손을 잡고 오는 이들이 많았다.


미리 준비한 덕에 내가 할 일은 많지 않다. 다만 복사를 하고 데칠 물을 미리 준비하고 오븐을 켜 놓는 일이 전부였다. 직원들도 총출동해 담당자가 간식도 챙겨주고 점심 쿠폰도 주고 갔다. 수업과 바자회 수익은 단체에 기부된다고 다. 젊은 엄마 아빠들이 아이 손을 잡고 체험부스에 들르는 것을 보니 예전의 내 모습도 생각났다. 트렌드에 떨어지지 않게 여러 체험 활동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시절이 정말 빨리 흘러가는구나 생각되었다.


호두를 끓는 물에 데쳐내고 설탕, 소금, 물엿, 커피가루를 넣고 끓여 호두 넣어 코팅한 뒤 물기가 없어지면 오븐 팬에 겹치지 않게 깔았다. 피칸도 같은 방법으로 데쳐내고 시럽에 계핏가루를 넣고서 조려낸 뒤 오븐 팬에 펼쳤다. 백칠십 도에 십분 정도 말리니 간편하고 식은 뒤 예쁜 통에 포장해 그럴듯한 모양새다. 호두는 만원 대면 일 킬로를 살 수 있으니 방법만 알면 쉽게 할 수 있다. 커피나 계피는 기호에 따라 뺄 수 있고 모두 집에 있는 재료들이다.


이인 일조로 수업을 했는데 난 혼자서 두 개를 했지만 그녀들은 각각 한 개씩 완성해 나눠가니 시간이 절약됐다. 데치는 시간을 포함해 시럽에 조리는 동안 코팅을 잘해야 한다고 했지만 결과물엔 모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설명하는 동안 떡볶이를 먹으며 담하던 사람도 있고 조리는 동안 제대로 저어주지 않아 코팅이 덜된 것도 있다. 그러니 모두의 결과물이 똑같이 나올 수 없는 법이다. 2시간 수업이 한 시간 반 만에 마무리되었다. 오후 수업엔 더 빨리하니 손이 익은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모두 손에 곱게 담겨 포장된 용기를 들고선 잰걸음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해본 호두강정과 피칸 강정은 좋았다. 덕분에 여러 번 만들고 지나다니면서 하나둘 집어먹은 덕에 급히 살이 올랐다. 역시나 가을은 사람을 살찌게 한다. 몸뿐 아니라 마음이 깊게 살찌는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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