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파뉴로 만든 베이컨 과카몰리 샌드위치

아보카도 맛을 알아버렸다.

by 최림



수업에 쓸 아보카도를 주문했다. 15개 정도 필요했지만 30개를 주문했다. 미리 익혀서 가져가야 한다는 핑계였지만 각자 익는 시기가 달라 필요한 개수가 적당히 익을 때까지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익어가는 걸 확인하며 하나씩 꺼내 맛보는 즐거움도 있다. 아보카도 표면이 초록에서 검붉은 색을 지나 검게 되면 비로소 먹을 수 있게 된다. 기다리는 즐거움도 같이 주면서.



처음엔 나도 아보카도 맛을 몰랐다. 아보카도는 밍밍하고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맛은 아니니까. 어느 날 맛본 잘 익은 아보카도는 이런 생각을 한 번에 바꿔놓았다. 고소하고 자꾸 생각나는 맛이라고 할까. 그 뒤 아보카도 사랑이 시작되었다.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필수지방산이 풍부한 아보카도는 살아있는 숲 속의 버터라 한다. 요즘에야 환율이 많이 올라 값이 뛰고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과일이란 오명을 쓰고 있지만 그 맛은 사랑받기 충분하다.



오늘 캉파뉴를 만들고 베이컨 과카몰리 샌드위치를 만든다. 깡파뉴는 캄파뉴, 캉파뉴라고도 하며 프랑스 시골 빵이라는 뜻이다. 심플하게 굽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속 재료를 넣으면 재료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진다. 정확한 명칭은 호두 살구 캉파뉴다. 내 수업은 빵을 만들고 구워서 샌드위치를 완성해가는 수업이다. 갓 한 빵도 가져가고 샌드위치도 만들어가는 일석이조의 수업이다.



우리가 빵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이스트를 넣은 것이다. 이스트로 발효를 하지 않는 것은 빵이 아니라 제과(과자나 케이크)다. 이 차이는 대부분 모른다. 이스트는 효모로 된 살아있는 생명체다. 우리가 숨 쉬는 공간에도 효모가 있다. 발효종은 그런 효모를 모아서 만든 천연의 이스트 효과를 지닌다. 그러니까 이스트와 발효종은 각자 가지고 있는 효모의 종류와 성질이 다르다는 말이다. 요즘엔 천연발효종 제품도 파는 데가 많다. 비싸게 팔기도 하거니와 여러 유기산이 풍부한 발효종으로 만든 빵이 소화도 쉽고 맛이 더 좋다.



살구와 호두가 들어간 캉파뉴를 만든다. 프랑스 밀과 호밀을 계량하고 소금, 설탕, 이스트와 발효종을 기계에 넣어 반죽을 한다. 물을 넣고 반죽이 한 덩어리가 되면 속도를 올려 믹싱을 하고 부드러운 반죽이 된다. 오븐에 살짝 구운 호두와 잘라서 준비한 살구를 넣고 1단으로 반죽기를 돌린다. 반죽에 견과류가 잘 달라붙으면 반죽이 완성된다. 믹싱기에서 꺼내 반죽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큰 볼에 넣고 비닐을 덮어 발효실로 보낸다. 지금부터 발효가 시작된다.



두 배 이상 반죽이 부풀고 바닥에 거미줄 같은 막이 생기면 1차 발효가 되었다. 반죽을 그람(g)에 맞게 나눠 예쁘게 둥글려서 매끈하게 만들어 놓는다. 잠시 스트레스를 준 반죽은 쉬게 해 준다. 이스트는 살아있기에 만져서 스트레스를 주고 나면 반드시 쉬게 해줘야 한다. 동그랗거나 길쭉한 모양으로 만든다시 발효실로 들어간다.



발효가 다 된 반죽은 살짝 표면을 말린 뒤 덧가루를 뿌려준다. 날카롭고 매끄럽게 칼집을 넣는데 이것은 일종의 싸인이며, 빵 속의 수분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고온의 오븐에 넣고 스팀으로 샤워를 시켜준 뒤 굽는다. 비로소 예쁘게 부풀고 색이 나면서 빵 굽는 향이 난다.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러운 빵으로 변신을 하고 있다. 제대로 색이 나면 꺼내서 식혀준다.



빵이 식는 동안 베이컨을 굽는다. 아보카도를 이용한 과카몰리를 만들 시간이다. 멕시코 요리인 과카몰리는 아보카도를 포크로 으깨어 놓고 다진 양파, 토마토, 할라피뇨를 섞고 레몬즙, 후추, 소금, 화이트 와인 식초를 넣고 간한다. 빵은 바로 만들어서 수분감이 많기에 알맞게 잘라서 마른 팬에 구워준다. 오픈 샌드위치로 만들어도 좋고 가운데만 갈라서 양면이 마주 보게 만들어도 된다. 구워진 빵에 버터를 발라주고 베이컨, 과카몰리를 얹고 고수 한 잎을 넣으면 완성된다. 비교적 응용도 쉽고 만들기 어렵지 않다. 아보카도만 있으면 완성하기 쉬운 샌드위치다. 과카몰리는 나초나 비스킷에 찍어 먹어도 되니 얼마든지 이용 가능하다.



겉은 부드러운 빵 속에 살구와 호두가 박혀 있고 속은 베이컨과 과카몰리, 향긋한 고수 향이 있는 샌드위치. 고수는 향긋함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호불호가 있다. 샌드위치에 넣어 먹는 고수는 약간의 향을 주기에 맛을 돋우어 준다. 기호에 따라 빼도 되지만 넣는 것을 추천한다.



모두 즐거운 맘으로 빵과 샌드위치를 안고 가서 식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수업을 하고 빵을 만드는 시간이 좋다. 직접 만든 빵으로 모두가 기뻐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부자가 된 기분이랄까. 오늘도 수업을 하고 돌아간다. 맛난 빵을 나눠주고서 돌아오는 발걸음도 가볍다. 해가 뉘엿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발그레한 저녁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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