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결혼기념일 선물 겸 어버이날 선물로 호텔 뷔페권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그때 남편은 자기만 보낸 줄 알고 아들은 아빠만 좋아한다고 착각(?)을 했더랬다. 피식 웃기만 했는데 예약이 만만찮았다. 더구나 유월에 들어서니 빨간 날 휴일이 두 번이나 있어 날짜에 맞추어서 전화를 했다. 어렵게 전화 통화를 하니 마침 취소된 자리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예약을 했다. 사실 쉽게 되어서 놀랐다. 인터넷으로 들어가니 팔월 말까지 평일이나 주말 모두 예약이 만석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 모두 잘 먹고 잘 사는 걸까. 고가의 비싼 호텔 뷔페를 이용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다. 누구는 선물로나 받아야지 한번 가 볼 만한 생각을 가지는데. 더구나 광진구에 있는 호텔이라 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니 나들이 겸 시간을 내야 한다.
아들의 선물이 아니었으면 사실 뷔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많이 먹으면 속이 부대껴서 고생이고 적게 먹자니 돈이 많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들이 큰맘 먹고 선물해 준거라 별말 없이 오긴 했지만. 아이들이 한창 자랄 청소년일 때는 뷔페를 자주 갔었다. 그때는 아이들이 야무지게 먹어서 돈이 아깝지도 않았고 패밀리 레스토랑이 유행이었다. 그중에서도 시푸드 seafood를 많이 선호했다. 지금 모두 성인이 되니 체중 걱정에 모두 모여 뷔페 갈 일이 많지도 않고 과식을 조심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우리 생각이겠지. 즐거운 마음으로 나들이 기분으로 집을 나선다. 남편과 둘이서만 외식을 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른다. 그동안 가족 모두가 다녀야지만 움직였는데, 내가 남편에게 소홀했을까.
남편도 들떴는지 실없이 웃긴 소리만 한다. 아들이 눈치가 없어서 호텔 예약을 안 했단다. 나는 운전하면서 픽 웃는다. 오래간만에 나들이가 즐겁다. 멀리 길을 떠난 느낌이랄까. 아이들이 두 분 오붓하게 잘 다녀오시라 할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이 무얼까 생각해 본다. 때론 부끄럽지만 티격태격하면서 사는 우리가 애들 모습에 너무 부족하지 않았기를. 날씨가 많이 더워졌고 햇살이 따가워졌다. 그래서일까. 가는 길이 나름 휴가처럼 즐거웠다.
호텔 언덕을 올라서는 순간 사람이 많다. 입장 시간에 미리 맞춰서 여유 있게 도착했는데 휴일이라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줄을 선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당황했다. 입장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다행히 입장 순서와 상관없이 지정석이라 가까운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한 접시 듬뿍 담아와서 사진을 찍고 아들에게 보내본다. 덕분에 잘 먹고 있다고.
시간당 입장 인원 제한을 두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음식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우며 간이 알맞고 한결같이 맛있었다. 재료들도 신선해서 조금만 먹어도 입에서 살살 녹았다. 생선회의 선도는 일식집보다 더 부드럽고 품질이 좋아 만족스러웠다. 역시나 조심했지만 과식을 피할 수 없었다. 뷔페의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날이 덥고 한낮의 열기가 뜨거워 근처를 산책하지는 않았다. '빛의 시어터'라는 클렘트의 예술작품을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 아트 전시회도 있어서 한번 관람해 보고 싶다. 클렘트의 화려한 작품을 시각과 오감으로 느낄 수 있으니 좋을 듯하다. 시간 되면 다시 한번 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봐야지.
소화가 좀 되게 차에 좀 앉아 있다가 출발을 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비록 몸은 무겁지만 선물로 몸과 마음이 꽉 들어찼다.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은 좋은 기억과 함께 추억을 쌓게 하며 아름다운 시간을 갖게 한다. 누구와 같이 시간을 보냈냐 와 어떤 좋은 시간이었는지도 중요하니까. 남편과 오랜만에 나들이를 갔다 오니 이것도 괜찮다. 가끔 맛난 음식 먹어주는 것도 필요한가 보다. 앞으로 둘이서 보낼 시간이 길기에 종종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