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어느 커플

건강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

by 최림



안산에 바람이 분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더니 비를 몰고 오는 무거운 바람인가 보다. 삼십 도를 오르내리는 열기가 어디 갔는지 부드럽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얼마 전까지 아까시를 비롯한 희고 노란 꽃들이 미모를 뽐내며 피고 지고를 반복했더랬다. 꽃내음과 향기에 흠뻑 빠져서 오르내리는 길이 향긋했다. 어느새 온 산을 덮던 꽃잎은 떨어지고 벚꽃이 진 자리엔 버찌가 뽕나무엔 오디가 올망졸망하게 맺혔다. 나무는 그렇게 자기의 열매로 이름값을 드러내는 중이다.



구름이 끼어 햇살이 고개를 감추고 있어서 인지 녹음이 우거진 나무 사이로 들어가면 짙은 검은 녹색의 푸르름에 둘러싸일 수 있고, 밝은 곳은 채도와 명암에 따른 여러 초록이 함께 있다. 바람에 흔들리며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있겠는가. 살면서 바람에 구름에 햇살에 나부끼며 살아가겠지. 오늘도 그런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살아간다. 내 존재를 보여주려 힘껏 흔들리면서, 때론 값어치를 알리려 기운을 다해 피어나기도 하고, 열매를 맺느라 온 마음과 몸을 쓰기도 하면서.



봉수대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젊은 아들 또래의 남성이 여자 친구와 사진 좀 찍어달라며 아이폰을 건넨다. 흔쾌히 받아 들고 포즈를 주문하는 나.



"바위에 올라서면 더 잘 나와요."

"여러 장 찍어 드릴게요."

짤깍 찰칵


"하트도 그리고 해야 되는데."

"?......"



수줍은 듯 미소 지으며 손하트를 만들고 웃는다. 마치 싱그러운 오월의 장미 덩굴 같은 표정이랄까. 발그레하며 부끄러워하는 것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부디 예쁜 사랑 하며 즐거운 추억 쌓기를 바라본다. 내 자녀도 저런 건강하고 소박한 사랑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보는 커플들마다 다 아름답고 예쁜 것은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일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넨다. 모르는 인연이나 잠시 사진 한 장 찍어주고 웃어보았다. 나중에 사진이 마음에 들면 그때 일을 웃으며 얘기하지 않을까. 같이 등산도 다니고 말도 예쁘게 하고, 아직 쑥스러워하는 걸로 봐선 얼마 되지 않은 커플인 거 같은데 몹시 부러웠다면 주책일까. 젊음이 부럽고 싱그러운 미소가 좋고 건강한 데이트를 즐기니 아름다워 보인다. 다시 젊은이로 돌아가고 싶어 진다.



바람이 솔솔 불어 땀을 식혀주고 있다. 땀 흘린 뒤에 맛보는 서늘함처럼 차갑고 기분 좋은 시원함은 없다. 이 계절 바람 따라 스미는 달콤한 향내처럼 마음이 청량하다.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 속에 내맡기면서 그렇게 돌아와 본다. 내가 속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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