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림 Jul 21. 2022

진심을 다한다는 건

담당자를 통해 배운다.



오랜만에 마포에서 진행하는 성인 대상의 특강을 했다.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도 으나 새로운 얼굴이 대부분이었다. 원하는 메뉴들로 구성된 수업으로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고급 쿠키와 스콘이어서 준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시작 시간이 되어도 도착이 늦어서인지 한참 뒤에나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기관에서 나와 성년이 된 돌봄이 없는 청년 대상의 프로그램이라 겉으로 보기엔 남들과 같지만 안정적이지 않은 마음 상태를 지녔다. 그래서 더 짠하기도 하고 기업이나 국가의 지원 담당자와의 관계가 실로 중요하다. 작년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몽청과 쨈도 만들고 케이크를 만들어 가기도 했다. 오랜만에 하는 수업이라 양껏 만들어 가게 하고 싶은 마음에 4가지를 같이 진행했다. 물론 2인 1조로 진행하고 조당 2 품목씩 만든다. 만든 것은 모두 골고루 가져갈 것이다.



사실 담당자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진행이 어려웠다. 다음 달까지만 출근하는 담당은 내가 본 케이스 중 드문 경우였다.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 같지 않은 마인드를 가졌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신앙심이 깊은 다둥이 엄마로서 대학원에 다니며 논문을 준비 중에 관심이 생겨 취업을 한 케이스였다. 사회복지 쪽 일은 익숙하도록 익혔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다 생각했고 돌봄 청년사업을 위해 입사한 거라 정확한 자기의 위치 파악이 되었다고 한다. 일도 잘하고 직원과는 원만한 관계를, 나와는 좋은 궁합을 보여주었다. 곧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크다. 사람의 인연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도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본다. 기회 되면 만날 때가 있으리라.



사람은 일로 만났든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든 이어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스쳐 지나갔던 사람 중에 아직까지 나와 연락이 닿고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때 되면 수업에 들러주고 개인 만남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고 있다. 모든 이들에게 진심을 담아서 할 수 없을지라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순간 내 일에 만족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들도 나와  동질감을 느끼며 같은 공간에서 숨 쉴 수 있다. 옷깃이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어떻게 마주할지 모르는 게 사람인 듯하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내지 않았을지라도, 잠깐 스치는 사이라도 한순간 내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는 사람, 감사함을 갖게 하는 분도 있다. 옛사람들은 부모의 은덕이 자손에게 미친다고 생각했다. 내가 악하게 살지 않으면 그 덕을 자식들이 본다고 여겼다. 내가 어릴 땐 어른들은 얼굴도 모르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베풀려는 마음, 지나가는 사람에게까지 대접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물질적으론 풍요롭지 않아도 마음만은 부자 못지않던 시절이었다.



여러 담당자를 거치며 수강생들을 만나고 지나가도 다 각자 자기의 색깔이 있다. 그들만의 모습을 통해 대응하는 방법과 대처법도 달랐고 나도 그들 중의 하나였으리라. 나만의 아우라를 갖추는 게 얼마나 어려웠던지 애송이 시절에도 변함없이 지지해 주던 도 있었지만 나이에 관계없이 어린 초년병이 함부로 말을 뱉고 내던지는 있었다. 사람의 속은 알 수 없지만 그와 지내는 시간 속에 모든 답이 깃들어 있다. 떠올려 보면 나도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들에게 까탈스럽고 힘든 대상은 아니었는지, 능력과 비례하는 그런 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주말에 정리까지 하고 오느라 고되었으나 마음은 가벼운 시간이었다. 담당자가 한결같이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의 식사도 챙기지 않고 오직 비용을 대상에게만 쏟는 모습을 본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니 나도 절로 열심일 수밖에 없다. 옆에서 보는 인연들이 쉽지 않은 길을 가나 자기만의 주장이 있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배운다. 내가 인복이 많은지 이런 담당자를 만날 수 있어서 고맙다.



수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축복이다. 나도 그들을 통해 배우고 얻는 게 있기 때문이다. 돈만 기대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만든 음식을 나누고 쿠키와 빵을 맛보며 즐거워하는 표정에 내가 절로 좋아진다. 그래서 이일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작은 기술을 나누고 남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빵 하나에 입과 눈이 즐겁다. 난 그런 마음을 나누는 일을 사랑한다. 그래서 몸이 고돼도 매일 일어나 내 일을 준비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마치 내게 주어진 감사한 일인 양 즐겁기에 오늘도 나는 발걸음을 떼 본다.



작가의 이전글 체리와 남자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