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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Sep 02. 2022

나 자신만을 위한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2021, 김영사



"글을 쓸 때는 문을 닫을 것, 글을 고칠 때는 문을 열어둘 것.

다시 말해서 처음에는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지만

곧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된다는 뜻이었다."


스티븐 킹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글쓰기를 연장에 빗댄 표현으로 도구로서 필요한 것을 말하고, 창작의 방법을 설명한 부분 등으로 나누어진다. 여러 글쓰기 책을 읽었으나 비교적 술술 익히는 재미가 있었고 그에 따른 표현도 적절했다. 다만 영어 표현 글쓰기라 그런지 수동태, 능동태 등 부사에 대한 설명이라도 이해가 쉬웠다. 연장에 비유해서 글쓰기를 설명하니 이해가 쏙 되는 걸 봐선 적당한 비유와 문장의 흡인력이라 생각된다.


어린아이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처음 부분을 보면서 남자아이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형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든지 숭배하는 표현은 어린 남자아이들이 가지는 특출 난 모습일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나 다소 엉뚱한 발명 등을 보면서 웃음이 났다. 창의력 있는 어린이들의 장난이라 보였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끊임없이 공장일 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바닥 노동자의 일상이 글 바탕이 되었으리라 생각되었다. 실제로 그의 글은 중 하류 계층의 현실적인 말투를 옮겨다 놓은 대화체를 자주 사용한다.


요즘 아이들은 핸드폰과 미디어에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은 사실이다.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축복이라고 하는 말에 동감한다. 나도 그런 세대지만 지금 너무 많은 오염이 되었다고 할까. 내가 처음 배운 글쓰기는 딱 2년만 집중해서 글을 써보라고 했다. 개요 먼저 쓰고 소리 내어 읽고 고치고를 반복하라고 했다.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고칠 것 투성이다. 또 하다 보니 모든 글에 개요를 쓰는 것도 아니었다. 이번 글쓰기는 솔직, 정직하게 쓰고 기본적인 오타나 문장의 단어 선택에서 반복을 줄이고 필요 없는 것을 걷어내는, 생각의 전환을 요하는 글쓰기였다. 모두 같을 수는 없겠으나 자기중심의 글쓰기, 내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글이 모두에게 읽히는 것은 글의 힘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낼 수만 있다면 독자의 공감과 평가는 내 몫이 아닌 것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기본(어휘력, 문법, 문체의 요소들)을 잘 익히고,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한 번쯤 남의 글을 읽고 매료되지 못한 작가는 자기 글로 남들을 매료시킬 수도 없다. 폭넓은 독서를 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작품을 가다듬어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플롯(plot, 구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 구성이란 보통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런 걸 작성했을 때보다 흥미진진한 '만약'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만약이라는 단어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거기서 풀어낼 수 있다는 유연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묘사는 중용을 지키면서 어떤 걸 묘사하고 어떤 것은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작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어 독자의 상상력으로 끝나야 하며, 독자들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만들려면 인물의 겉모습보다 장소와 분위기를 묘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처음에 떠올랐던 사실들이 가장 진실하며, 연습으로 진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묘사와 대화, 등장인물의 창조는 보거나 들은 내용을 정확하게 옮겨 적는 일로 마무리된다. 모든 소설가는 가상의 독자를 가져야만 세상에 나올 수 있으며, 고쳐 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마지막 후기는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여 수술과 재활을 반복할 때 글쓰기가 자기를 치유했다고 한다. 창작의 고통이 일으켜 세운 것이다. 글쓰기란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게 목적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여러 자잘한 팁들을 부여하고 알려주는 친절함이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그러나 한편 이런 상상력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야말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들이 하는 이야기 말고 자신이 경험하고 아는 이야기를 쓰라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야말로 풀어쓰고 속속들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읽어야 할 내용이라 여겼다. 대학 교재로도 사용하는 책이라 유익하기도 했지만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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