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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Aug 30. 2022

"음악은 항상 그에게로 데려간다."

〈스윗 프랑세즈〉 리뷰, 2014, 영국, 솔 디브


"우린 서로의 감정을 단 한 번도 말하지 못했다.

사랑이란 한 마디조차도...

하지만 그 음악은 항상 날 다시 그에게로 데려간다."


사랑이라 표현하기엔 너무나 작은 감정의 끌림이었다. 전쟁이란 상황에서도 사람의 감성은 죽지 않고 감시와 압박의 눌림에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 시기에 일어난 일들과 지나가는 느낌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차 대전을 거치며 독일의 침공을 당한 프랑스 뷔시에서 일어난 일을 담고 있다. 전쟁의 잔혹함과 사람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뤼실은 시어머니와 살면서 답답하고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땋아 올린 단정하고 고정된 머리 모양에서 점차 풀어헤쳐진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변화됨을 보여준다. 마음의 변화를 헤어스타일로 표현하고 있다. 한 집에 살게 된 독일 중위 브루노의 피아노 소리를 통해 흐르는 마음을 보여준다. 음악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훔치기도 한다. 작은 변화를 감지하기도 하고 감정을 쓰다듬으며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처음 들어 본 피아노 선율을 통해 그가 작곡가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숨 막히는 전시 상황 속 브루노는 단지 평범한 일상의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쟁을 겪으면서 사람이 사는 모습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 있으나 때론 명령과 비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


시장 부인의 거짓말로 결국엔 시장인 남편이 죽는다. 작은 거짓말이었으나 자신에게 향하는 총알을 피할 순 없었다. 동네 사람들이 브루노에게 보내는 서신엔 온통 밀고만이 있다. 알지 못했던 공공연한 비밀 중 뤼실은 남편이 결혼 전부터 애인이 있었다는 것과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제야 자신의 결혼을 제대로 파악하게 된다. 마들렌의 "부끄러운 줄 알라"라는 말을 듣고 촛불을 손으로 끄면서 자기 변화를 암시한다. 온통 감정의 억누름과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침묵만 있을 뿐, 그럼에도 피아노 소리는 아름다우나 슬픔이 배어있다.


브루노는 뤼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녀의 통행증을 발급해 주고 위급함에 달려가나 독일 병사들이 죽은 것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를 도와 도망갈 수 있게 한다. 뤼실은 벌벌 떨면서 총구를 겨누고 눈물로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뜬다. 사랑이라는 것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잠시 끌림이라 여겼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은 다른 종이라 여겼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마음조차 모를 수는 없었다. 많은 미사여구가 필요하지 않았다. 짙은 감정의 변화도 없었고 세심한 떨림뿐이었는데 이런 결과를 낸다는 게 놀라웠다. 늘 사람은 이성적인 존재이나 꼭 그런 판단만을 하는 게 아니라서.


『스윗 프랑세즈』는 미완성 책으로 영화가 끝나자 화면 가득 자필 원고들을 보여준다. 또한 브루노가 남긴 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글은 어떻게든 좋은 작품이라면 사후 얼마가 흐르던지 사람의 심금을 울리곤 한다. 말이 가진 힘이란 이야기 형식을 빌려서 태어나고 자라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만날 줄 알았지만 브루노는 전쟁 후 사망했고 그녀는 자취를 감추었다. 비극이라 더 아름답고 애처로운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역시 냉철한 이라도 심연 깊은 곳으로부터 일렁이는 마음을 속이지 못한다. 선율은 우리 가까이서 숨 쉬며 살아 꿈틀댄다. 때론 감정의 깊은 곳으로부터 알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까지 데려오기도 하는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 건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 적응하게 되어있다. 독일 장교로써 프랑스인 아내로서 서로 다른 처지에 자기의 역할을 다하면서. 감정 변화를 자세한 설명으로 늘이지 않았고 현실 파악과 전쟁 속에 피어난 마음, 피아노 소리에 "음악은 늘 그에게로 데려다준다."라는 내레이션은 풍경과 더불어 스미는 듯한 맛이 있다. 전쟁은 늘 비극으로 인도한다. 누구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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