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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Nov 12. 2022

진심을 전하는 말 한마디


가까울수록 마음을 다해 축하해 주기 어렵다. 친한 이의 좋은 소식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위로를 주는 이의 마음가짐은 어떠한가.



아들이 대학입시 3관왕을 했을 때 남에게 자랑하지 않았다. 지원대 모두 합격했을 때 남의 시기 어린 질투를 들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동기들 소식이 마음 쓰였기 때문이다. 자식 가진 입장에서 내 자식만 잘 되는 것보단 모두가 잘 되는 소식이 듣고 싶었다. 물론 가당치 않은 소리나 게 좋은 일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없기에 최대한 말을 아껴 교회나 지인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게 남을 위한 거라 생각했다. 또한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면 그때 들어도 되는 축하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도 다른 이의 축하 인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도 했고, 가까운 친구들의 자녀 결과에 따라 웃거나 울 수 있는 상황이라 아무 말 수 없기도 했다. 그때 동기들의 축하 인사는커녕 시기 어린 질투와 눈총을 대신 얻었다. 진심 어린 축하 인사를 제대로 건네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그게 다였다.



그때 알았다. 마음을 다해 상대의 좋은 일을 축하해 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제대로 된 축하야말로 자기의 값어치를 올리는 일이. 마찬가지로 남의 어려운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위로라고 건네는 말에는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어설픈 위로의 말에는 듣기에 따라 상처가 되고 흉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사람의 관계는 오묘하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대의 좋은 일과 나쁜 일에도 함께해 주고 응원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일게끔 그의 편이 되어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이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남이 먼저 내미길 기다리거나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그의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나도 언젠가 그런 손길을 얻을 수 있다.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진심으로 다가가고 대했다 하지만 모두 같은 결을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사람은 자기만유익을 찾기 마련이다. 그때 나의 위치와 상태에 따라 돌려받으려 하지 말고 능력을 갖추었다면 주는 것으로 나의 마음 편함과 평화를 누리면 될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그런 자격이 되어야 한다. 물론 내 마음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때론 내 어려움에 손 내밀고 도움의 손길을 꺼낼 때 맞잡아 주는 이가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걸 바라고 잘해주라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마음이 불편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니 평안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자기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이를 만나는 것이야말로 쉽지 않다. 어디 마음 둘 데 없고 위로받을 데 없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지 못해 자살을 하고 자기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다. 작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붙잡고 싶어지는 게 인간이다. 손 내밀어 줄 수 없더라도 들어주기만 해도 많은 것을 해소할 수 있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희망과 살고 싶어지는 마음, 이겨내리라는 자기 암시를 말속에 묻어둘 때도 있다. 모든 결과는 자기가 갖고 있고 답도 자신에게 있다. 그러니 어려울수록 의지하고 나누고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좋은 일에 진심을 다해 축하해 주는 마음을 갖기도 어렵지만 어려울수록 곁에 사람이 남아있기 어렵다. 그럴 때야말로 외롭기 때문이다.



때론 건네는 말의 무게를 떠올리게 된다. 나이를 더해간다는 건 자기의 말에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킬 수 있다는 전제로 건네는 말에는 그만큼의 질량을 가지고 있다. 작은 표정과 눈짓, 손길 하나에도 진심이 담겨 있어서다. 눈빛 하나에도 자기를 무시하거나 깔보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무심코 보내는 표정에도 이럴진대 건네는 말 한마디의 크기는 어떠할까? 섬세한 배려를 입고서 보내는 말의 크기를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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