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악몽 없는 밤을 보냈다.
꿈속 세계는 같은 공간, 같은 사람, 같은 기억이었지만 그것들을 바라보는 내가 달랐다. 눈을 부릅뜨며 깨지 않았다. 꿈의 찌꺼기를 응축한 허무의 숨결도 토해내지 않았다.
고르고 편안한 호흡이 콧속을 오갔고, 눈꺼풀을 추켜올리는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감은 듯 뜬 듯, 눈 주위가 가벼웠다.
새하얀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볼 수 있지만, 그동안은 볼 수 없었던 아침의 천장을 나는 한참 동안 응시했다. 천장이 매일 아침 나와 눈을 맞추려 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
아... 이런 종류의 깨달음은 언제나 쓸쓸함을 동반한다. 나에게만 몰두하느라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그 쓸쓸한 고독감을 말이다.
깨닫는다고 해서 외적 삶에 극적인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늘 나는 고통 없이 깨어났으니,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니, 그런 하루를 보낼 것이다. 오늘 나는 즐겁고 명랑한 하루를 보낼 것이다. 이건 나와의 다짐이고 약속이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자, 세상의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새들의 지저귐, 바람에 맞서는 나뭇잎들의 비명, 가까워졌다 다시 멀어져 가는 차들의 엔진소리, 공기를 타고 번지는 사람들의 웅성임, 영역 싸움을 벌이는 고양이들의 앙칼진 외침.
오전의 소리는 고요한 뇌를 각성시켰다. 나는 몸에 묻은 잠의 잔재를 완전히 벗어내기 위해 커피포트에 물을 부었다.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왜 지난밤 꿈은 악몽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어제 처음 참석했던 그 수업 때문인가? 그래, 그거 말곤 설득력 있는 근거가 없긴 하다. 몇 주 전, 문화센터에서 공지한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했던 바로 그 수업.
<문학 창작 강좌 - 자신을 해체하는 글쓰기, 당신이 가진 모든 관념을 의심하는 글쓰기,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