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미는 며칠 전, 대학 친구인 호정의 전화를 받았다. 함께 학교 다닐 땐 꽤 가까운 사이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연락이 끊어진 흔하디 흔한 인연 중 하나였다.
폰 화면에 호정의 이름이 떴을 때는 전화받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녀가 메신저에 올린 사진으로 그간의 삶을 보고 있었기에, 시간이 직조해 낸 낯섦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우미는 거의 십여 년 만에 호정과 통화했다.
호정은 다정한 감정을 잔뜩 실어 우미의 안부를 물었고, 우미는 늘 그랬던 것처럼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녀들의 목소리는 어느덧 대학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우미는, 익숙했던 그 시절 호정의 목소리를 발견하자 느닷없는 그리움이 밀려와 울컥하고 말았다.
우미가 흐느끼자, 호정도 그녀를 달래주며 함께 울었다. 호정은 전화로 자신의 용건을 전하려 했지만 이내 그 마음을 접었다. 우미를 직접 만나 지난 세월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나누고 난 뒤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긴 통화 끝에 두 친구는 만날 날짜를 정했다. 우미는 부산에, 호정은 파주에 살았다. 조금 더 시간 여유가 있는 우미가 파주로 가겠다고 했지만, 호정은 부산에 다른 일정도 있으니 간 김에 만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