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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w김정숙 Aug 06. 2024

무안(務安)과 자연

이번에는 연재글 올리기에 실패했습니다. 너무 힘든 일이 생겨서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합니다.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느끼며, 써놓은지 10년도 넘은 글을 서랍 속에 넣어두었는데 꺼내봅니다. 무안 연꽃축제 해마다 8월 중순이었는데 금년에는 7월 25일부터 28일까지였네요. 벌써 27회였답니다. 저는 어머니의 시간 속에서 지내느라 외부활동이나 휴가를 포기한 상태랍니다. 




전남 무안에는 연꽃이 있다. 옛날이야기를 전하는 연꽃이 있고 오늘날 이야기를 담은 연꽃도 있다. 20여 년 전 제2의 고향이 되어 준 이곳 무안!

축제가 시작되던 해 행사장엘 갔을 때 우리는 햇볕에 온몸을 맡기는 자연인이 되어야 했다. 애들과 뙤약볕에서 한나절을 돌아다니다 보면 말라버린 연꽃처럼 늘어져 걷기조차 힘이 들었던 연꽃축제!

그래도 우리 가족은 해마다 쉬지 않고 축제장을 찾는 축제현장의 산증인이 되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화장실 시설이 변해서 좋았고 그늘이 생겨서 좋았고, 분수, 그리고 풀장이 생겨서 좋았다.

어느 해는 거대한 유리온실이 유리성의 비밀처럼 오묘하게 나타났고 연방죽을 가르는 보트 항해는 빼놓을 수 없는 낭만이요, 탐사요, 모험이었다. 지금은 성인이 되어 객지에 사는 자녀들과 함께하지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 해는 연꽃이 미리 피었다고 하고, 7월의 집중호우로 꽃대가 물에 잠겨 정작 축제 기간인 8월에는 많은 꽃을 볼 수 없다고 아쉬워한다. 자연이 주는 순수 연꽃들을 이용한 축제의 한계! 자연이 반란을 하면 축제는 약해진다. 찾는 이에게 불편함과 실망감을 줄 수밖에 없다. 잔치를 벌이고 손님을 초대하고 기다리는 초조함에 입이 마르고 가슴은 타들어 간다.     

지금은 자연과 사람이 힘을 합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 인간의 지혜와 만나서 새롭게 피어나는 향기!

우리는 꽃만 생각했는데 그들은 달랐다. 연을 이용한 다양한 연들 이 탄생한 것이다. 그것은 모두 사람에게 이롭게 하려는 지혜들!

 연이 허약함을 달래는 특효약이 되고, 한가로운 차로 향기를 내며, 아이들의 꿈을 받치는 양산이 되고, 밥상 위의 풍부한 영양이 되었다. 연은 또한 현란하면서도 단아한 춤으로, 아름다움 나풀거리는 노래로, 사연에 목마른 이야기로, 광대의 서글픈 몸짓으로, 각설이의 한섞인 웃음으로 우리에게 왔다.   



연 방죽을 가로지른 데크길 덕분에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르신들도 즐거워한다. 길을 걷다 보면 햇빛을 피할 수가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벌써 안방의 편안함이 그리워 걸음을 멈추고 칭얼대는 마음 열지 못한 어른들의 투정이 거슬리게 들린다. 뜨거운 태양과 날씨의 변덕스러움을 원망하는 성급함으로 인해 안타까움이 치밀어 오른다. 자연은 그들의 탄식을 듣는다. 그리고 그늘을 드리운다. 그렇게 인간을 통해 자연은 빛이 나기도 한다.      



 누군가는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했다. 그런 것 같다. 전설처럼 이어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10만 평 이상의 방죽에 연 열두 그루를 심은 이가 있었다. 50여 년이 지난 방죽은 7~8월이 되면 100여 일을 연꽃 향기 그윽하게 담고서 관광객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것뿐이랴! 잎은 잎대로, 꽃대는 꽃대대로, 뿌리는 뿌리대로 사람을 이롭게 하는 효능을 준다. 그들이 무안인이다. 축제현장은 열기로 연꽃향을 피우기도 한다. 뙤약볕도 마다하지 않고 사람을 사랑하여 길을 열어 주고 차를 정리해 준 벌겋게 탄 주차요원, 먼 길 돌아다녀 행여 준비한 것 놓칠세라 곳곳에서 미소로 정겨움을 전해준 자원봉사자,

 무안의 좋은 것은 모두 보이고파 허리 굽혀 인사하는 허수아비들과 친절한 주민들까지. 그들이 사람이고 무안이고 자연이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다.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안을 만나면 자연이 된다. 무안을 만나야 완전한 자연이 된다. 축제는 즐거움과 심한 피로와 허전함을 주곤 했다. 다 채우지 못한 갈급함이 항상 자리했다. 그런데 무안의 축제는 다르다. 우리의 마음과 온몸의 활력소로 자리한다. 넓게 펼쳐진 연잎 푸르름 속으로 자꾸만 뛰어들고픈 어머니의 품이 된다. 자연으로 승화되고 삶으로 피어나는 순백의 꽃잎을 우리는 차마 만질 엄두를 못 낸다. 자연다운 사람에게만 허용해야 한다. 호화로운 축제에서는 사람을 만나지만 무안을 만나면 자연이 된다.      

 무안을 만나면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된다. 

요술방망이 내리치면 밤하늘을 수놓으며 퍼지는 불꽃 향연처럼  사람의 아이디어가 자연과 만난다.

내가 다 만나보지 못한 무안의 비밀스러운 자연들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그것을 다 만나는 날 나도 자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이 다 가기 전, 연꽃의 청초한, 연잎의 푸르름의 세계를 찾아갈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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