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부터 치느님까지
한국인은 거의 대부분 샤머니즘 신자다. 교회를 다녀도, 절에 다녀도, 성당에 다녀도, 심지어 무신론자여도 그렇다. 무신론자를 보고 샤머니즘을 믿는다고 하니 어리둥절하겠지만 알고보면 무신론자가 가장 심하다.
우리 민족은 유구한 세월동안 천지만물 온갖 것에 빌어왔다. 길을 가다가 소원을 빈다며 돌무더기에 빌고, 연못에는 동전을 던지며 빌고, 달밤에는 물 떠놓고 빌고, 무당 불러다 빌고, 제사상 앞에서 조상신에게 빌고, 돌하루방 코 만지며 빌고, 온갖 불상에다 빌고, 심지어는 중국인 관우 동상에도 빌고, 빌고 또 빌었다.
그러던 것이 천주교와 개신교가 들어오니 어디 용한 서양신이라도 들어온마냥 성모상에 빌고, 십자가에 빌기 시작했다. 하나님께 기도해서 안 들으면 또 무당을 찾아가 부적을 쓰고, 손주 이름을 받으러 역술인을 찾아갔다.
한민족에게는 창조주든 잡신이든 귀신이든 그런 것은 애시당초 중요치 않았던 것이다. 그저 내 소원 들어주는 신이 용한 신인 것이었다. 그러니 귀신 들린 소위 신병 환자들이 넘쳐나고 마을마다 신내림굿을 보기 어렵지 않았던 게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무속인 인구가 70만이라고 한다. 그들이 하루에 열 명씩만 손님을 받아도 하루에 우리 나라에서 점 보는 사람이 700만이 된다. 심지어 목사들이 교회를 지을 때에도 점을 보러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무신론자의 경우에도 자기 소원 들어주는 신이 용한 신인 것은 한가지인데 그 신이란 것이 ‘나 자신’이거나 ‘과학자’이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습성은 세상 모든 것이 ‘돈’으로 설명된다고 믿으면서 물질이 주는 향락을 곧 천국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결국 ‘돈신’을 섬기는 신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돈에도 눈이 달렸다느니, 돈이 붙는 팔자가 따로 있다느니 온갖 이상한 소리를 잘한다. 이들은 창조주에 관심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세상에 널려있는 과학으로 설명 불가능한 수많은 일들을 보고도 못 봤다고, 언젠가는 과학이 모두 설명을 하고 말 것이라고 자신을 속인다. 그리고는 그저 돈신이 요구하는 일들에 인생의 모든 것을 영혼까지 갖다 바친다. 그래서 돈신은 산신령이나 애기신, 장군신, 용왕신 등보다 훨씬 위험하다.
하지만 한민족의 샤머니즘 정신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뭐니뭐니해도 ‘치느님’이다. 본인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무엇이든 신격화 해버리는 습성을 못이기고 이제는 치킨도 신이 되었다. 그 밖에도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 앞에 ‘갓’을 붙이거나 뒤에 ‘느님’을 불여서 신으로 섬기기 일쑤다. 이것은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경우로, 말끝마다 ‘오 마이 갓’을 연발하는 서양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이같은 뿌리깊은 한민족의 샤머니즘적이고 애니미즘적인 근성은 그 폐해가 거의 괴멸적이다. 중국인을 섬기던 사대주의는 이제 중국파와 미국파, 유럽파로 확대되어 내전이 진행중이고, 듣기좋은 소리 해주는 정치인만 보면 ‘000가 답이다!’를 내지르며 섬기기에 들어가는 행태는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은 생활 저변으로까지 확대되어 그저 콩알만한 이익이라도 되겠다 싶으면 아무나 붙잡고 줄서서 섬기니 한 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이렇게 저열하고 비열한 민족성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우리가 그러는 동안에 창조주 하나만을 섬기던 서양문화권에서는 각종 철학과 과학, 수학, 문학 등이 꽃을 피웠고, 나아가 천부인권과 성경의 율법들을 바탕으로한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가 발원했다. 동네마다 다른 신을 섬기거나, 이신 저신 갈아타지 않으니 소통의 효율성도 높았고, 무엇보다 원칙주의가 자리잡을 수 있었다. 서양이 마천루를 세우고 있던 19세기 말엽까지도 우리 민족은 중국을 섬길 것이냐 러시아를 섬길 것이냐를 두고 황토흙벽 초가집에서 심각한 고뇌에 빠져있었을 뿐 어떠한 원칙도 가지지 못했다. 원칙이 없으면 진실도 없는 법이다.
이러한 샤머니즘의 민족성을 벗지 못하면 나라의 미래도, 국민 개개인의 미래도 없다. 끝없는 갈등과 사대와 열등의식만이 있을 뿐이다. 신병은 덤이다. 최근 23살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신병을 고치자고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었다고 한다. 그걸 또 방송에서 취재를 하고 연예인들을 보내 점을 보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내보낸 모양이다. 이러다가는 무속인 100만 시대가 오고야 말 것이며, 무당집에서 예수상을 놓고 작두를 탈 날도 머잖아 보인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