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리 그녀
*트리거 주의* 자살 소재 나옵니다.
사락, 봄내음이 번지는 3월의 대학 캠퍼스. 신입생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민희는 한 달을 앞둔 연극 회의에 참여하고 있었다. 회의에는 스무 명이 참여해 있었다. 민희는 허리까지 오는 긴 금발머리에 처피뱅 앞머리를 해 그들 중에서 눈에 띄는 스타일이었다. 민희는 옷도 평범하지 않게 입었다. 흰 색 티에 핑크색 새틴 뷔스티에 탑, 하의로는 분홍색 바탕에 호피무늬가 있는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거기에다 흰색 망사 스타킹과 검은 메리제인 구두를 신고 있어 독보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화룡점정으로 핑크색 속눈썹에 탈색한 헤이즐색 눈썹. 눈에 안 띌 수가 없는 외모였다. 이 외모 스타일 때문에 그는 인싸 힙스터로 오해받은 적이 많았으나 안타깝게도 그건 사실과 달랐다.
민희네 동아리에서 하려는 연극의 제목은 ‘Painkiller'다. 전체 내용은 이렇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두 남녀는 누군가에게 강도 당할 뻔 하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이를 계기로 둘은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데 의외로 재능이 있어서 악명을 떨치다가 종국에는 함께 파멸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이 동아리에서 하려는 건 그 연극의 남녀를 대상으로 하이라이트 한 장면만 숏폼으로 제작하려는 것이다.
”주인공 역할 누구로 하지 진짜?“ 연극 동아리 부장 유진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유진 옆에 있던 남학생이 말했다. “기간 한 달만에 짧게 가는 거잖아. 숏츠 수준으로.“
유진이 말했다. ”애들 반응 좋으면 그거 원작 장편을 연극화할 거니까 주인공 대충 정하긴 뭐하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은 말을 이었다. ”신입생으로 뽑고 싶은데.“
동아리실이 확 조용해졌다.
유진이 말했다. ”얘들아 가볍게 오디션할게. 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하는 거다. 다음 주 금요일 어때?“
10일 남은 시점이었다.
민희는 창밖을 보았다. 푸른 나비가 살랑살랑 춤추며 동아리실을 지나고 있었다. 민희는 벌써 날씨가 이렇게 따뜻해졌나 의아해했다. 지금은 아직 추운 초봄이었다.
“아무튼 화장은 무조건 민희. 윤민희 너야!”
다른 부원의 목소리에 민희는 흠칫 놀라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진이 말했다. “그래! 이야, 우리 동아리에 미용학과가 다 들어오고 말야. 메이크업인가 분장인가 그거 되게 잘하던데? 화이팅!“
유진 옆에 있던 남학생이 말했다. ”너 하고 싶은 거 다~해! 어그로 엄청 끌릴 것 같고 좋다 ㅋㅋㅋ”
민희는 하하, 나지막이 웃었다.
유진은 말했다. “뭐 주인공 말야 솔직히 꼭 부원 아녀도 돼. 주변에 인물 좋은 애 있으면 ㅋㅋ 부탁한다 다들.”
“네~”
“좋아 그럼 이제 끝! 이번 주 술자리 못 가는 애들 미리 말하고 가고~! 안녕!”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희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어떤 갈발의 남학생이 말 걸었다.
“안녕 민희라고 했나? 이번에 할 일 많겠네.”
“아, 네.”
“나 작년부터 제작팀 했고 이제 단톡방에 방장이거든. 초대해줄게.”
민희는 놀라 물었다. “벌써요?”
남학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 민희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하하, 아니, 벌써 끼워주셔서 감사해서요.”
남학생도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번에 네 스타일 맘에 들어하는 애들 많아. 호불호 갈린다고 해도 워낙에 잘하니까 말이야.. 마음껏 재능 펼쳤으면 좋겠어.”
민희는 대답했다. ”감사해요.“
남학생은 말했다. ”뭘~ 아 나 이지우라고 해. 여기... 응, 이게 나야!“
”넵“
둘은 휴대폰을 민지작 거리고 있었다. 남학생이 말했다.
”됐다. 그럼 담에 봐~!”
“네! 안녕히 가세요!”
민희가 뒤돌아서는데 그 앞에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고 있던 이가 있었다. 민희의 친구 진주였다.
진주가 말했다. ”오~ 뭐야?“
민희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뭐가.“
진주가 말했다. ”나가자. 일단 나가서 얘기해 ㅋㅋ“
둘은 건물을 나왔다. 진주가 말했다.
”아까 그 분 완전 잘생겼던데? 뭐야, 뭐야? 뭐라고 했어? 나 일부러 빠져주고 있었잖아~!“
민희가 말했다. ”그랬나?“
진주가 말했다. ”그래~! 치, 내숭 떠냐~“
”야, 오진주. 별 거 아니었거든~.“
”엥? 진짜?“
”그래~ 그냥 제작팀인데 그거 단톡방 초대해주신 거야. 그리고 그 분이 그 정도로 존잘이었어? 그러면 네가 번호를 따지“
”야 됐어~! 그러다 까이면? 동아리 나갈 일 있냐“
“흐흥~”
진주는 말했다. “근데 너 가만보면 눈이 높은 것 같애. 남자를 맘에 들어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민희가 말했다. “내가 성격을 봐서 그래..”
민희는 말을 덧붙이려다 그러지 못했다. 그의 앞에 지나간 누군가 때문이었다. 숏컷에 솟눈썹이 길고 피부가 좋은 여자였다. 여성스러운 얼굴에 큰 눈이었지만 전형적인 톰보이였다. 그 여성은 어느 새 저 멀리 가 있었다.
진주가 물었다. “왜? 아는 애야?”
민희는 시선을 숏컷의 여성에게 고정한 채 대답했다. “어, 어어, 아니. ...나 갈게! 있다가 봐!”
민희는 그가 있는 쪽으로 걸어나아갔다.
민희는 좀처럼 그 여성에게 말을 걸 용기가 안 났다. 뭔가 말을 걸기 어려운 아우라가 느껴졌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짧은 머리 여성이 교내 숲을 지나고 있었다. 그가 당도한 곳은 건물 뒤편이었다. 그곳에 다른 여성이 등을 보이며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는 긴 생머리였다.
끼어들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에 민희는 따라가던 걸 멈추고 뒤에 숨어서 지켜보았다.
-
짧은 머리는 뒤돌아있던 긴 생머리 여성의 어깨를 톡톡 쳤다. 그 여성도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그가 일어나 짧은 머리에게 말했다.
”좋아해. 네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들었어. 그게 맞으면 나랑 만나줄래?“
”...“
민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짧은 머리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선배... 언니동생으로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저 여자 안 좋아해요. 이제 막 입학했는데 소문이 이상하게 나 있어서 저도 힘들어요.“
민희가 기대했던 대로 매력적인 저음의 목소리였다. 민희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미모의 여성이 떠나고 숲에는 바람에 나뭇잎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짧은 머리는 멀어져가는 미모의 여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민희가 말했다.
“인기가 많네.”
짧은 머리가 놀라 뒤돌아 보았다.
민희는 용기를 내며 말을 이었다.
“부럽다?”
짧은 머리가 경계하며 말했다.
“저 말이예요?”
민희는 대답했다. “응, 너도 신입생이지? 이름이 뭐야?”
짧은 머리가 대답을 주저하자 민희는 조금 다급하게 말했다.
“아, 오해하지 마. 나도 고백하려는 거 아니니까. 의도치 않게 들은 건 미안해. 하하. 음, 나는 연극 동아리 ‘커먼스’ 부원이야. 참고로 나도 거기도 종교랑 관련 없으니까 안심하라고-”
짧은 머리는 코로 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김세연.”
민희는 멈칫 놀랐으나 곧 눈을 빛냈다.
“김세연~ 난 민희라고 해. 윤민희. 이미지가 우리 동아리에서 하는 연극에 주인공으로 어울리는 것 같은데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세연은 고민했다. “흠.”
한편 남자들 무리 서너 명이서 큰 목소리로 대화 나누고 있었다.
“야, 그래서 걔랑 잤냐?”
“존나 했지.”
“사귈 거야?”
“미쳤냐. 클럽에서 봤는데.“
그들은 낄낄 웃었다.
“박주환, 너 여자 많지 않냐? 소개시켜줘! 저번에 보여준 애 존예던데~”
“야, 박주환 주변 여자들 다 쟤 좋아해. 모르냐? 여자들 얼굴만 보잖아. 키랑.”
“아, 세상 존나 불공평하네.”
주환이 말했다. ”ㅋㅋㅋ 다음에 딴 애 소개시켜줄게. 아는 동생.“
그들은 숲길에 들어서서 걷다가 민희와 세연을 발견했다.
“뭐야?”
”어? 김세연이다. 레즈비언.“
”앞에 쟨 뭐야? 화장 특이하다.“
”여자친구인가? 토나온다, 우웩.“
“어? 금발 머리 긴 애 쟤 걘데. 우리 고등학교에서 찐따였던 애. 이름이 윤민희였나. 말 없는 애였어.”
“근데 김세연 아쉽다. 머리 기르고 꾸미면 사겨주는건데.”
주환이 말했다. ”지랄. 저거 그냥 남자잖아.“
옆에 다른 남자가 말했다. ”야~ 몸매는 좋잖아 ㅎㅎ“
주환은 대답했다. ”좆까 야 그냥 지나가“
그들은 민희와 세연 옆을 지나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연은 민희의 인스타에, 민희는 세연의 표정에 집중하고 있었다.
세연이 말했다. ”이게 네 포트폴리오야?“
민희가 대답했다. ”응! 어때?“
”멋있다. ..우와 팔로워 3천 명?“
민희는 너스레떨며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람들 맞팔도 잔뜩 해주고 열심히 했지, 하하.“
세연이 민희의 휴대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아하... 자, 팔로우했어. 여기.”
“응, 고마워!” 민희는 활짝 웃었다.
세연이 민희의 작업물을 폰 화면으로 보여주며 말했다. “뭘, 하하. 그런데 이 메이크업은 분장 아냐? 대박이다.”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 메이크업인지 분장인지 모르겠다고.“
”응 어어 잠깐만... ...하아.“ 세연은 휴대폰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아니 카톡 온 거야 잠시만... 하아. 잠깐만?“
세연은 누군가에게 전화 걸으며 걸어갔다. 민희는 세연을 기다렸다. 잠시 후 세연이 민희 쪽으로 돌아왔다.
“미안 우리 엄마랑 통화 좀 하느라고”
“응 그렇구나”
“너 엄마 선물 뭐 추천해?”
“응?”
“곧 있으면 엄마 생일이거든.”
세연의 그 말에 민희는 할 말을 잃었다. 민희는 생각에 잠시 잠기더니 대답했다.
“...지갑 어때?”
세연의 뒤로 푸른 나비가 한 마리 지나갔다.
-
민희는 방에서 혼자 자신의 얼굴에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 그는 눈가에 하얀 색 나비를 그렸다. 그는 메이크업을 완성하고는 사진 찍어서 인스타에 올렸다. 띠잉-, 알림이 울렸다.
‘세연 님이 회원님의 사진을 좋아합니다.’
민희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웠다. 폰을 하다 말고 민희는 눈이 감겨왔다.
‘민희야, 미안해. 엄마가 잘못이 커. 다 엄마 탓이야. 다 망해버려라, 민희 괴롭히던 것들아. 민희야, 안녕.‘
문자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초등학생, 민희다. 분리수거 중이던 민희의 아버지가 그를 불렀다.
“멍 때리고 뭐하고 있니?“
민희가 대답했다. ”응? 아무것도 아냐.“
민희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아버지를 도왔다.
집에 들어온 둘. 민희는 어머니를 불렀다.
”엄마! 엄마..?“
”지희야! 어딨어? 지희야~!“
민희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분명히 부엌에서 술을 마시며 죽치고 있던 어머니가 안 보였다.
이윽고 울부짖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퍼졌다.
”지희야아아!!“
민희의 눈은 보지 말아야 할 것에 향해 있었다. 한때 이 세상에 있던 민희를 보살피던 존재, 민희의 어머니가 목을 맨 광경이었다. 그곳은 회장실이었다. 줄은 수건걸이부터 시작되어 있었다. 줄에 매달린 그의 입술은 진보라색으로 질린 채 그 찬 바닥에 누워 있었다.
민희의 아버지가 외쳤다.
“전화기 가져와! 전화기!!!“
민희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아버지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민희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고개 돌린 쪽 벽에 그림이 걸려있었다. 푸른 나비떼가 꽃 위에서 노니는 그림이었다.
민희는 정말 저 그림이 마음에 안 들었었다. 부모님께서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사온 그림인지 뭔지 몰라도 나비에 수 놓아진 지나치게 화려하게 반짝이는 실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그림을 보면서 민희는 넋을 놓고 있었다.
엄마는 병원 갔다오면 괜찮아지시겠지?
13살 민희에게 사람이 죽는다는 건 멀고도 먼, TV 속 세싱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였다. 그러므로 민희의 어머니는, 죽으면 안 되는 거였다.
그림에서 나비가 무리지어 튀어나왔다. 나비떼가 민희를 휩쓸고 지나갔다. 민희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눈 뜨고 보니 낭떠러지다. 민희는 발을 헛디뎌 저 밑으로 떨어졌다. 민희는 외쳤다. “엄마!!!!”
민희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민희의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침대 옆에서 벨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오진주였다. 민희는 눈물을 닦으며 약을 먹었다. 정신과 약이었다. 또 진주에게서 전화가 울렸다. 민희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니네 동생 민아 있잖아!“
”앗 아 응“
민희는 다급하게 말을 이으려 했다. ”걔 지금..!“
하, 또인가. 민희는 질린 표정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진주는 말을 이어나갔다.
“코인노래방에서 술 마셔! 노는 애들이랑 있는 것 같아...” 진주는 노래방 한 곳을 흘긋거렸다.
“응응, 고마워. 갈게. 넌 먼저 들어가봐도 돼. 응. 어디 노래방이라고?“
민희는 낮에 했던 메이크업을 한 채 집밖으로 나왔다. 차를 타고 유흥가에 도착했다. 술집과 모텔, 클럽이 한데 뒤엉킨 핫플이었다. 민희는 진주가 말한 코인노래방으로 들어갔다.
민희는 한 방 한 방 살펴보며 지나갔다. 그때 민희는 아는 얼굴을 발견하고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세연이었다. 그가 단발머리 여성과 키스하고 있었다. 진한 키스였다. 세연은 모른 첫 하고 지나가려 했다. 그는 갈 길을 가려다 멈추고는 세연이 있던 방 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민희는 세연의 키스를 지켜봤다. 세연은 한 번 여성을 밀쳤다. 여성은 세연의 움켜쥐며 다시 입술을 갖다대었다. 세연의 발버둥은 더 격해져갔다. 민희는 방문을 벌컥 열었다.
“어머, 세연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단발머리 여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민희를 보았다. 세연은 뛰쳐나갔다. 단발머리 여성이 세연을 따라가려는데 민희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민희는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저랑 얘기 좀 하죠, 언니.”
건물 밖으로 뛰쳐나온 세연은 숨을 골라쉬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냈다. 세 알 정도 털어내고는 꿀꺽 삼켰다. 세연은 비틀거리며 택시에 탔다. 그는 민희에게 전화 걸었다.
민희는 전화가 울리지만 받지 않았다. 민희와 단발머리 여성은 말없이 대치 상태였다. 그때였다. 포니테일을 한 고등학생이 둘 사이를 지나가려 했다. 민희는 그를 붙잡았다.
“이 녀석!”
“아! 언니!”
고등학생은 민희의 동생 민아였다.
“야, 너 몇 살인데 아직까지 고딩이 이런 데 있어! 여긴 검사도 안 하냐?”
단발 머리 여성은 자리를 벗어났다.
민희는 소리 질러 그를 불렀다. “저기요!”
단발 머리는 무시하고 씩씩거리며 노래방 밖으로 나갔다.
민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민희와 민아 뒤에서 덩치 크고 잔뜩 날티 나는 남학생이 말을 걸어왔다.
”윤민아 여기서 뭐해? 안 들어오고.“
민희는 그 남학생을 한 번 째려보고는 민아의 팔을 잡고 나가려 했다. 민아가 말했다.
”아, 언니, 알았으니까 나 가방만 좀 가져오고!!“
민희는 민아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가로등이 줄지어진 골목길이었다. 민아 자전거를 끌고 있었다.
민희는 폰만 보고 있었다. 민희가 세연에게 다시 전화도 걸어보고 디엠도 보냈는데 연락도 답장도 없었다.
민아가 민희에게 말했다.
”언니...“
민희는 폰에 시선이 고정된 채로 대답하지 않았다.
“언니 언니”
민희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민아가 큰 소리로 민희를 불렀다. ”언니~!!“
민희는 깜짝 놀랐다. ”어!! 어?“
민아가 말했다.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어. 그렇게 많이 화 났어?“
민희는 가만히 걷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민아가 말했다. ”그럼 왜 말도 안 하고 있는데? 난 또 화 엄청 난 줄 알았네-.“
민희는 입술을 앙다물었다가 입을 열었다.
”야, 너... 나 여자 좋아하는 거 알잖아.“
”어. 왜?“
“그래서 그런가 나 고민이 많다~”
“뭐야, 뭔일인데.”
민희는 사뭇 진지하게 물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가능한 일이야?“
”불가능할 건 뭐 있어?“
둘은 조용해졌다. 민아가 말했다.
“누구 좋아하는구만. 근데 그 누구가 와꾸가 장난 아닌가 보네, 음.”
“야아 와꾸... 그런 거 때문이 아니거든!“
“웃기고 있네. 아무튼 그래서 그게 누군데? 원래 알던 사람?”
민희는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됐어, 인마. 넌 말해도 몰라.“
민아는 능청스럽게 물었다. ”진주 언니?“
”으이구!“ 민희는 민아의 머리에 꿀밤 한 대 때렸다. “너어 너! 안 그래도 말하려 했는데 말이야, 그런 애들이랑 같이 어울리고 다니다 술에 뭐 타면 어쩌려고 말이야. 어! 이게 한 두 번도 아니고..!“
민아는 질색했다. “으아아~! 잔소리!”
세연은 집이었다. 샤워하고 나온 세연은 휴대폰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타자를 쳤다.
민희의 폰에 알림이 울렸다. 민희는 후다닥 휴대폰을 확인했다. 민희가 굳은 거북목 포즈로 답장 보내고 있자 민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또 시작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