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새벽 산행을 나섰다.

길은 달라도, 결국 다다를 정상은 하나.

by 김에피

아침 일찍 일어나 산을 올랐다.

새벽부터 움직이는 내가 누구보다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었고,

길 위에는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하는 이들도 있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렇고,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


산을 오르며, 촉촉한 이슬이 맺힌 꽃들과 나무들을 바라봤다.

이른 아침의 공기,

안갯속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은 생명들.

그걸 바라보며 오르는 길 위에서

마음은 조용히 맑아지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면 내가 지나온 길은 온통 안개로 덮여 있었고,

앞길 또한 뿌옇기만 했다.


정상에 도착하자, 주변은 온통 안개뿐이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머무르던 그때,

조금씩 안개가 걷히고 맑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기다리면 언젠가 길이 열리듯,

그 순간이 조용히 가슴에 스며들었다.


하산하던 중,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

다시 올라가는 길목에서

조금의 설렘이 있었다.

처음과는 다른 길이 주는 낯섦,

그리고 다시 익숙한 길과 마주쳤을 때의 반가움과

작은 기쁨이 있었다.


올라가는 길도, 내려오는 길도 여러 갈래지만

정상은 하나다.

그리고 한 번 올라본 길은

내려올 때 더 익숙하고, 더 따뜻하다.



삶도 어쩌면 그렇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오르고 내려오지만,

결국은 자기만의 길 위에서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오늘 아침의 등산을 마친다.

그리고 잠시 쉰 후엔, 또 다른 무언가를 느낄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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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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