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반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쉼표하나, 마침표하나."의 시작

by 김에피

어느 날 새벽이었다.
광주로 향하는 출장이 예정돼 있었고,
나는 광명역으로 가는 차에 앉아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고,
도로는 예상보다 일찍 막혀 있었다.


그날따라 도로 상황만 나쁜 게 아니었다.
나 역시 출발을 서두르지 못했다.
결국, 열차를 놓쳤고
하루는 시작도 전에 뒤틀려버렸다.


초조함과 짜증이 겹쳐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온몸은 이미 지친 기분이었다.


그 순간, 나는 멈춰 섰다.
어차피 놓쳐버린 열차.
이제부터 이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는
온전히 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감정과 내 기분은 결국 내가 만드는 거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새벽부터 움직인 나는, 그래도 부지런한 사람이다.’
‘이 길 위의 수많은 차들은,
나보다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일지도 모른다.’
‘열차를 놓치게 되면서
오히려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쓸지,
이제 내가 정할 수 있다.’


그 생각이 들자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에서 설렘이 피어올랐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느낌.
그래서 나는 가방 속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다.


그리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건 멋진 문장도,
정돈된 생각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조용히 적어나가는 일이었다.


쓰는 동안,
조금 전까지 나를 어지럽히던 감정들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몸은 여전히 피곤했지만
기분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상황을 바꾸는 건 어려워도,
그걸 바라보는 시선은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붙들어 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나에게는 ‘글쓰기’였다.


그날은 여전히
꼬이고 어수선했던 하루였지만,
동시에


내가 글을 쓰기로 결심한 첫날,
그리고
나를 다시 보기 시작한 첫날이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그날의 마침표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마침표 끝에는
또 다른 쉼표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keyword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