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세계를 조심스레 다시 들여다보게 된 날
오랜만의 소개팅이었다.
잘 되고 싶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많이 들었다.
“그건 하지 마.”
“그 얘긴 안 하는 게 좋아.”
“넌 좀 특이하니까, 그냥 무난하게 가.”
“그런 걸 좋아하면 당황할 수도 있어.”
그렇게 나는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하나씩 접어두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
내가 자주 하는 말투,
내가 편하게 느끼던 태도들.
그날만큼은
그 모든 것들이 너무 ‘특이해 보일까 봐’
괜히 조심스러워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은 정리가 되지 않았고,
시선은 자꾸만 엉뚱한 곳을 헤맸다.
몸짓 하나하나가 삐걱거렸고,
전체적으로 나답지 않게 어색했다.
그런 상태에서
나만 신나게 횡설수설 떠들어댔다.
생각해 보면
흐름도 그리 괜찮지는 않았다.
내 횡설수설한 이야기들을
정리되지 않은 채로 쏟아냈는데도,
그녀는 끝까지 경청해 주었다.
그 태도엔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움직였고,
그 따뜻함은 오히려,
내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더 또렷하게 느끼게 했다.
그날의 나는
어딘가 모르게 준비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나답지 않았다.
잘하고 싶었는데, 결국 엉망이었다.
돌아오는 길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힘이 빠져 있었는지를
사람들이 알아차렸다.
그제야 조언이 돌아왔다.
“그냥 너답게 하지 그랬어.”
“네가 원래 하던 대로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처음엔 그 말이 의외였다.
나는 나름대로 잘해보려고 했던 거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나를 제일 아프게 찔렀다.
‘내가 원래 하던 대로’가 뭐였지?
나는 그날, 그걸 왜 버렸을까.
그날 이후,
나는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나를 얼마나 숨기며 살아왔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괜히 이상한 취향이라며 감추고,
내가 편한 말투나 태도를
‘부담 줄까 봐’ 조심하던 시간들.
소개팅이라는 짧은 만남 이후,
나는 오랫동안 밀어두었던 내 안의 세계를
조심스럽게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무시했던 나다움,
그 작고 고요한 내면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다시 만들어주는 중이다.
그날은
작은 끝이었고,
동시에 아주 조용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