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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Jan 04. 2023

자발적 피실험자 린-입니다-*

-(초콜릿+믹스커피+라면+과자)*1년=난 좋아!-


운명적이게도,

이것이 새로운 해의 첫 글이라니.

정말 그만두어야 할 때이다.

고쳐야지, 고쳐야 하고말고.



새해엔 여느 때처럼 하고픈 일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워본다. 덕분에 이스트를 가득 품은 빵처럼 마음도 숑숑 부풀어 오르고.


그리고 고쳐야 함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나의 마음속 리스트에 올리기 싫은 일도 있다.

하지만 이제 더는 미룰 수가 없다.




사직과 함께 작년 한 해 동안 나의 식사는 매우 규칙적이었다.

아침 믹스커피  개를 곁들인 초콜릿바, 점심 라면, 저녁 요리한 음식들 중 남은 것이 있다면 먹고 없으면 과자들.


규칙적인 식사는 분명히 좋은 일인데, 어쩌다 누군가가 "아까 뭐 먹었어?"라고 물어 대답하면 "너 또!"하고 듣고 들었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초콜릿과 믹스커피조합, 

환상적인 아침식사는 직장 다니면서 유일한 힐링이자 매일의 사소한 사치였던 15년이 넘은 오래된 습관으로 작년 새해결심의 첫 번째로 랭킹되었음에도 한 달 반 만에 무너졌다. 그 한 달 반은 아주 힘겹고 온종일 기운이 없었으며 몹시 길었다.


그러니 올해는 고치려 마음먹지도 않을 것이다.

이 달콤함자의로 끊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으니.


아이들이 잠든 시간 몰래 가지는 혼자만의 시간은 고카페인과 어우러지며 나의 하루를 달콤 살벌하게 열어주므로, 나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을 놓아줄 수가 없다.

이제는 이것이 질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문제는 난 여간해선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래도 괜찮다.

삶에도 달콤한 순간이 필요하듯 나의 하루에도 달콤함이 필요한 법, 지금은 그것이 초콜릿과 믹스커피와 함께 하는 나의 새벽시간일 뿐이다. 

또 다른 새로운 달콤함이 나의 하루에 들어와 준다면 절로 사라못된 습관이니 마음껏 먹어보련다.




그렇다면 점심습관, 널 고칠 수 있을까?


나는 한 종류의 라면만 먹는다. 허기만 채우면 되고 고민할 시간도 줄일 수 있으므로. 작년 한 해 동안 스케줄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점심으로 라면만 먹었다. 점심에 일이 있었던 날은 명절과 같은 날을 제외하면 없었으니 일 년 내내 라면만 먹었다.


생각도 없이 먹었다. 카페라테 버튼을 누르면 로봇 바리스타가 레시피대로 만들어 내어 주듯, 허기가 지면 내 손은 라면을 끓여내는 로봇처럼 자동적으로 내용물을 넣어 끓고 나면 먹었다. 계란 등 타 재료를 넣않으며 김치도 먹지 않았다.


그렇게 점심으로 라면만 먹었던 이유는 시도 논리적이게 다.

- 메뉴를 고민할 필요가 없고

- 만들어내고 먹는 데에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고

- 소화력이 좋지 않은 내가 라면을 먹으면 화가

   잘 되지 않아 오랫동안 배고픔을 느낄 수 없어

   다른 먹을 것들이 생각나지 않으므로 간식을 먹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 나의 일에 더욱 집중할 

  있었다.

- 더욱이 이 가격에 배부름의 시간을 고려하면

   가성비의 면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1년 동매일 라면을 꾸준히 먹어보니 어땠냐고 묻는다면, 위의 이유들과 더불어 덕분에 점심시간에 요리를 하지 않으니 아이들의 저녁식사준비에 더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었고, 설거지거리도 줄어 오후에 단 10분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

 

그리고 라면은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먹고 나면 다른 간식거리가 떠오르지 않으므로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고 살이 찌는 것도 막아주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왜 나는 가족들에게 라면을 끓여주지 않는 떠올려보면 쉬이 이 말들이 내어지지 않는다.




여하튼 '하루에 한 번 매일 라면 기'를 해 본 나는 이제 안타깝게도 이 만족스러웠던 일상멈추어야 할 것 같다. 먹는 것이 더욱 싫어진 탓이다. 라면 때문은 아니지만, 먹는 것의 의미를 너무 오랫동안 간과했던 탓에 모임이나 친정, 시댁 방문조차 더욱 꺼려지고 먹는 것을 보는 것도 싫어진 탓이다.


리고 언젠가부터 아이가 자다가 나의 건강을 걱정하며 울고 계속해서 편지를 쓴다. 막연히 이때쯤의 나이에 죽음을 이해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는 때라 그러는구나 싶었는데 아이의 새해결심에 '엄마 밥그릇에 밥을 퍼주고 엄마가 그것을 다 먹기'가 리스트 될 때는 나의 눈이 아주 동그래졌다.


답장쓰기가 버거워진 너의 매일의 편지들




나를 위해 요리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했던가, 당장 신이 나서 나를 위해 요리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천천히 먹는 것에 시간을 두고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


아직도 무엇에 그렇게 쫓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오랫동안 내 안에 이상하게 자리 잡은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시도해 보는 것은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므로 올해는 '매일 라면 금지'를 새해 결심 중의 하나 놓아본다. 부디 작년의 '아침 초콜릿 금지'와 같은 사태가 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그렇다'격일 라면 섭취'는 어떠한가.

이것은 조금 자신감이 얄랑이는데. 



하지만

어디선가,

아득히

벌써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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