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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을 들여다보며

by 김화연


김화연



나무들마다 물이 오르는

꽃피는 봄이라 해서

꽃 보러 갔다가 먼 곳만 보고 왔다

눈감고 이른 봄 달려오니

어리둥절한 꽃들이

눈을 뜨고 있는 중이다

공산성 옆 금강천 변에 군락으로 피어 있던 매화꽃. 다리를 지나는 바짓가랑이보다 먼저 걷는 강바람. 바람을 묻힌 바짓단으로 걷고 또 걸었던 자취 시절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줄 알았다 봄이 오면 물레방아 돌고 꽃피어 있는 빵집 액자 한 점처럼 봄이 오는 줄 알았다 해마다 같은 나무를 찾아오는 매화의 눈썰미를 배우려 했다 .

오므린 손을 펴야 가벼워지는 손바닥

몇 개의 가지를 잘라 냈다

전정은 꽃송이들 길 잃는 일이어서

다른 나뭇가지를 물색하는 일이다

손을 펴고 쥔 숫자가 많아질수록

매화나무 옆에서 서성거릴 꽃송이들이 많다

봄이 되면 그냥 피는 줄 알았던 꽃

한 번쯤 쉬고 싶은 꽃에게

함부로 꽃 들여다보지 말일이다

봄꽃은 먼 곳을 내가 떠나온 것이거나

내가 가야 할 곳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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