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소나기들이
개울을 부풀리고 있다
떠나는 비의 뒤끝들이 햇살로 몰려간다.
물방울을 먹으며 자라나는 햇살들
토실토실한 햇살이 토해내는 빛으로
물결과 나뭇잎은 살찐다.
슬픔이 눈에 편승하듯 고요 속으로 불어 간다. 한낮의 태
양이 식은 저녁으로, 달로 바뀌듯 구름은 우물 속에서 잠긴
하늘을 열고 있다 휘어지는 바람은 다 고민 중인 나무들의
비틀어진 가지 속으로 든다.
주워 다 놓은 현무암 속으로 빗줄기와 바람과 햇살이 함께
들어 있다
돌은 그때마다 색깔이 바뀐다.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견딘
나는 얼굴의 표정으로 늙는다.
작은 총알 하나가 들어간
삼촌의 다리엔 절뚝이는 걸음이 함께 있다
연기 속에는 엄마의 눈물이 섞여 있고
눅눅한 성냥에도 불이 붙지 못한
생일 케이크의 이야기가 있다.
황소의 두툼한 뱃속에는 지게에 놓여 있던 풀꽃들이 핀다.
제비추리 꽃 등심 부챗살 같은 부위가 된다.
얼굴은 주름 속에 숨어있다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