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곳은
뱀을 본 곳이다
따뜻한 햇살에 화려한 무늬를 내놓고
몸을 덥히던 뱀, 가끔 줄기인 척
저의 몸에서 꽃피기를 기다리던 뱀
뱀의 경계 반경은
작대기 길이의 거리다
작대기는 두리번거리는 반경
그 짧은 거리를
누구나 갖고 있거나 갖고 있지 않다
비스듬히 기울어지는 나를
아무도 모르게 슬쩍 받쳐놓을 수도 있는 작대기 하나에는
몇십 배 무거운 것들의 중심을 아는
완벽한 각도가 숨어 있다
풀지게를 받치고 있던 지겟작대기
그 중심 곁에서 어깨를 내려놓고 쉬던 아버지
받쳐놓은 그 중심 위에서 칡꽃이 피고
달맞이꽃이 낮달을 따라가고
잠자리가 한 마리 앉아있다 날아가고
그 풀 짐 속에
뱀 한 마리 숨어있던 그 풍경
가느다란 작대기는
끙, 하고 세상의 중심을 일으켜 세우고
풀 짐 위에서 날개를 고쳐
견고한 중심을 떠나던 잠자리가
나의 중심은 아니었을까 짐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