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수렵 삼십년이 된
이팝나무 만개한 뒤로 바람들
숟가락도 없이 달려든다.
설익은 꽃밥
꼬들꼬들하게 익어가는 중이다
꽃샘추위 들어오면
약속이나 하듯 때를 기다리는 저, 슬기로움
벌써부터 바닥은
일렁이는 그늘들, 입을 벌리고
저 꽃밥 쏟아질 때를 기다린다.
벌떼의 행렬이 끝나고
지금은 후덥지근하게 뜸 들이는 시간
그늘은 일 년을 기다려 보챈다.
바람 부는 날 입맛 다시는 그늘
만개한 꽃들 걱정은
침 흘리는 그늘을 환하게 하는 일
꽃밥으로 살찌우는 일
휘날리는 꽃잎들은
웃으며 떨어진다는 증거다
한 존재가 배부르면
또 한 존재는 배고픈
지구의 가난 내력
고봉으로 꽃 밥 쌓인 이팝나무 그늘이지만
올려다 본 나뭇가지들은 지금
허전한 공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