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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by 김화연


김화연


점점 하행 곡선이다

변두리를 알선해 달라고 부동산 중개소에 부탁해놓고

정산도 아닌 계산을 다시 한다.

그 옛날 첫 집을 구해 들었던 빨간 지붕 밑, 치자꽃냄새에 놀아났던

두근두근 심정이 아닌 혀를 차는 걸음으로 월세 집을 찾는다. 돌고

돌아 집주변을 재촉해도 정든 곳, 언저리 십리를 못 벗어나고 늦은

저녁 잠 못 이루는 한탄들이 방문을 여닫는다. 근심 깔고 먹구름

이불로 잠을 덮는다. 사는 곳 하나를 옮기는 일인데 가족사진이 묶인

끈들이 툭툭 끊어지는 소리 들린다. 들어낸 세간들은 천애 고아 같고

삐걱대는 소리를 내고 있다. 푸석한 손등을 닮은 가구 들어낸 자리마다.

검거나 하얗다.

그렇다, 이사란 흙벽이거나 나무기둥에 슬프거나 즐거웠던 못 자국을 남기고 가는 일이다. 봄소식 숨어 있는 대추나무는 잎 떨어진 문밖에 두고

정들었던 곳마다 바람이 빙빙 돌듯

전전긍긍했던 마음 자국은 챙겨갈까 두고 갈까

망설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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