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의 문장, 시대를 꿰뚫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으로 향해 가고자 했지만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It was the best of times, it was the worst of times,
it was the age of wisdom,
it was the age of foolishness,
it was the epoch of belief,
it was the epoch of incredulity,
it was the season of Light,
it was the season of Darkness,
it was the spring of hope, it was the winter of despair,
we had everything before us,
we had nothing before us,
we were all going direct to Heaven,
we were all going direct the other way…”
— A Tale of Two Cities, Book the First, Chapter I
혁명의 불꽃이 유럽을 뒤덮던 18세기말,
찰스 디킨스는 그렇게 『두 도시 이야기』의 서막을 열었다.
이 짧은 도입부는 당대 유럽의 극단적인 혼돈과 양가적 감정, 그리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서까지 통찰하는
예언처럼 느껴진다.
한 줄로 시대를 꿰뚫는 디킨스의 문장은 단순한 문학적
도구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양면성과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사이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불안과 선택을 통찰한다.
문학사에 길이 남은 이 유명한 오프닝에는 의외의
‘실용적인 이유’도 숨겨져 있다.
디킨스는 당시 원고료를 단어 수에 따라 받았고,
『두 도시 이야기』는 신문 연재 형식으로 먼저 발표되었다.
결국, 이 문장은 예술성과 실리의 절묘한 타협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타협이 문학사상 가장 완벽한
첫 문장 중 하나를 낳은 것이다
디킨스는 오늘날로 치면 문학계의 테일러 스위프트이자,
시대의 인플루언서였다.
그가 쓴 책은 런던과 뉴욕에서 불티나게 팔렸고,
연재 회차가 나오면 서점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피크위크 페이퍼스』의 마지막 회차가 출간되었을 때,
너무나 많은 이들이 인물의 운명을 걱정한 나머지
“디킨스가 죽었다”는 괴소문까지 퍼졌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1858년 미국 투어에서는 ‘작가의 낭독회’에 수천 명이
몰렸고, 일부 관객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이 목소리를 가졌다면, 그것은 디킨스의 것이었을 거야.”
그의 낭독 투어 수익은 오늘날 환산 기준으로 수십억 원
이상이었다.
그는 단지 글을 잘 쓰는 작가가 아니라, 시대의 기류를 읽고 사람들의 정서를 움직일 줄 아는 탁월한 이야기꾼이었다.
그의 이 문장들이 여전히 생생한 이유는,
그 시대와 요즘 시대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방향을 잃고, 빛과 어둠 사이를 오가며,
지혜와 어리석음이 혼재하는 지금 이 순간.
디킨스는 여전히, 우리 모두의 시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