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이 한 줄로 요약되는 인생이 있을까?
이보다 더 명확하게, 더 순수하게, 그리고 더 기개 있게
자신의 운명을 향해 달려간 인물이 있을까?
그가 바로, 스페인 문학의 불후의 주인공, 돈키호테다.
『돈키호테』는 단순한 풍자 소설이 아니다.
세르반테스는 한때 몰락한 귀족 출신이었고,
군인으로 참전했다가 레판토 해전에서 부상을 입고,
해적에게 납치되어 포로가 되었다.
그 후 오랜 노예 생활 끝에 돌아와서는 감옥에도 갇힌
적이 있다.
그러니 『돈키호테』는 허구이되 동시에 그의 자화상이자,
세르반테스가 스스로에 대해 쓰고 싶었던 진실이기도 하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돈키호테는 초기에 스페인 본토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오히려 독일로 건너간 뒤 괴테가 이를 격찬했고,
러시아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세상에서 가장 숭고하고 박진감 있는 픽션”이라 부르며 이 소설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이후 다시 스페인으로 역수출되어 제 자리를 찾았으니,
이것 역시 돈키호테적인 아이러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기사 소설에 빠져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노인이 어느 날 진짜 기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름도 스스로 ‘라 만차의 돈키호테’라 짓고,
녹슨 갑옷을 입고 말라깽이 말을 ‘로시난테’라 부르며
모험을 떠난다. 그의 곁에는 항상 그의 ‘산초’가 있다.
시골 농사꾼 산초 판사는 점점 돈키호테의 신념에 물들어
간다.
누군가의 꿈은 결국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바꾸는 법이다.
1권이 큰 인기를 끌자, 세르반테스의 이름을 도용한
가짜 2권이 출간되었다. 이에 분개한 그는,
10년 만에 진짜 속편을 집필하여 발표했다.
『돈키호테 2권』은 단순한 연속이 아니라,
그 모든 조롱과 오해에 맞서 돈키호테의 존재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 역작이 되었다.
세르반테스는 셰익스피어와 같은 날, 1616년 4월 23일
세상을 떠난다(달력 계산법의 차이로 정확히 같은 날은
아니지만 상징적으로 같은 날로 기념된다).
이 날이 훗날 ‘세계 책의 날’이 된 이유다.
그들은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가장 강렬한 문장을 남긴
작가이자, 전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들이다.
우리는 종종 문학 속 인물을 두 부류로 나눈다.
‘햄릿형 인간’과 ‘돈키호테형 인간’.
전자는 고뇌와 내면의 복잡성으로 자신을 탐구하는 반면,
후자는 돌진하고 행동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난다.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는 이 두 유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머뭇거리며 생각에 빠지는 이성과,
비웃음을 감수하며 전진하는 용기 사이에서.
돈키호테는 전진한다. 풍차를 거인이라 믿고 돌진하고,
여인 둘시네아를 향한 사랑을 위해 고통을 감수한다.
그의 이상은 터무니없고, 그의 말은 현실과 어긋나 있지만, 그의 삶에는 누구보다도 치열한 진정성이 있다.
그는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눈물겹다.
광기의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오히려 인간의 본질을 본다.
르네 지라르는 이렇게 말했다. “돈키호테 이후에 쓰인 모든 소설은 돈키호테를 다시 쓴 것이거나, 그 일부를 쓴 것이다.” 문학의 시작이자 문학의 본질을 알려주는 이 책은,
단지 한 노인의 웃긴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시대의 독자들에게 던지는 물음이 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지혜일까?
아니면 현실을 넘어서는 꿈을 꾸는 용기가 있는 걸까?
『돈키호테』는 우리 모두에게 다시 묻는다.
잡을 수 없는 별을 향해 달려본 적이 있는가?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은 그 별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