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게인즈빌 공항에서
텍사스 댈러스에서 이른 새벽 출발한 차가 루이지애나 주
경계를 넘을 즈음, 안개 낀 미시시피 강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왔다.
습기를 머금은 강물과 그 위를 떠다니는 새들,
그리고 수면 위에 비친 여명은 마치 고요한 수묵화 같았다.
슈리브포트와 먼로를 지나며 창밖 풍경은 점점 짙은 남부의 색채로 채워졌고, 앨라배마의 붉은 벽돌 건물과 오래된
참나무들 사이로 저녁 무렵 도착한 도시,
모빌에서 우리는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새벽, 다시 동쪽으로 향했다.
게인스빌에 위치한 플로리다대학교(UF)에서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맞추려면 5시간 이상을
달려야 했다.
뿌연 안개와 간간히 잿빛을 띄는 푸르스름한 하늘빛,
드문드문 나타나는 제법 규모가 큰 교회와 휘어진
오크나무들이 남부 특유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세상의 한편에서 또 하나의 인생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며 내심 설레기도 했다.
Hawkins Center에 도착한 뒤엔 학사 일정 프레젠테이션
부터 시작해, 기숙사 열쇠 수령, 건강 검진과 약물 테스트,
운동부 코치들과의 반가운 재회, 그리고 학사 일정을 도와줄 튜터 및 어드바이저들과의 상담까지 촘촘히 짜인 일정이
이어졌다.
이미 큰아들을 타주 대학에 보낸 경험이 있기에 익숙할 줄
알았지만, 막내와의 이별은 여전히 낯설고 가슴이 시렸다.
공항까지 차로 나를 배웅해 주고 환하게 웃고는 출발한
아들의 차가 공항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플로리다의 노을을 잠시 쳐다보았다.
댈러스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게인스빌 공항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셨다. 창 너머로 보이는 활주로 위
햇살은 낮게 깔려 있고, 마음속에서 작은 소란이 물결치듯
일렁이는 걸 느꼈다.
머리로 이해하는 행복하고 복에 겨운 헤어짐이라도
마음은 다르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마다 우리는 더 단단해지려 애를 쓰게 된다.
“모든 진짜 여행은 자기 자신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다.”
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오늘 아들과 이별한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의 첫 번째 긴 여정을 배웅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미시시피 강처럼, 삶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이내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다. 바라건대, 그 강물처럼 내 아들의 여정도 완만하고
고요하기를.
이제 헤어짐의 자리에서 한걸음 내딛으며 이 긴 여정의
행운을 빌어본다.
그리고 다시, 나의 삶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