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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진로 설계하기

사랑과 자존감, 진로 설계의 숨은 재산

by 김지향

2010년 북미로 이주한 이후, 캐나다에서는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교환 교수로, 2016년 미국으로 옮긴 뒤에는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교환 교수로

지내며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왔다.

그 가운데 가장 자주 들었던 질문은 한결같았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을까요?”


미국 중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지금도 비슷한

질문을 받고 있다.

그 물음 속의 진짜 뜻이란 표면적으로는 ‘좋은 대학 진학’이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자녀의 진로와 인생 설계를 깊이

고민하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다.

나 역시 한국에서 태어난 두 아들을 미국 대학에 보낸 경험이 있기에, 그 질문의 무게를 누구보다도 깊이 공감한다.


미국의 아이들은 방과 후에 공원에서 뛰어놀고, 주말이면

가족 캠핑이나 스포츠 경기에 나간다. 뒷마당 잔디밭에서

마음껏 놀고, 집 앞 도서관에서 흥미 위주의 책을 빌리며,

가까운 커뮤니티 센터에서 수영을 즐긴다.

언뜻 보기에 경쟁과는 거리가 먼, 여유롭고 해맑은 일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많은 미국 부모들 역시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치밀하게

어릴 적부터 준비한다.

교과 선행 대신, 각종 연구 프로젝트, 음악·미술·운동 분야의 전국 또는 세계 대회 참여, 봉사를 통한 리더십 프로그램

참여에 열심이다.

왜냐하면 미국 대학 입학에서 자기소개서·에세이·인터뷰는 언제나 ‘특별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특히 하버드·예일·프린스턴·스탠퍼드(HYPS)와 같은 명문대, 그리고 그 밖의 세계 상위권 대학들은 SAT 1580점,

GPA 4.0 같은 기록을 ‘기본값’으로 간주한다.

결국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숫자가 아닌,

그 사람만의 색깔을 담은 스토리이다.

미국의 파워 대학들은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형 인재를

선발하기에, 학업 능력은 기본이고, 다양한 경험 속에서

길러진 인격·포용력·공감 능력·창의성 부분에 심사의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좋은 스토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무리 독창적인 이야기라도 성과로 입증되지 않으면,

그저 액자 속 그림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아이의 강점을 조기에 발견하고,

그것을 깊이 있게 발전시켜 결과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그 이야기는 살아 움직인다.


여기서 부모의 역할이 시작된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환경을 찾아주어,

스스로 성장하는 기쁨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플라톤은 “교육이란, 영혼에 불을 붙이는 일”이라고 했다.

결국 부모의 역할은 등불을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그 불을 피울 수 있도록 바람을 막아주고

손을 덥혀주는 일이다.


자녀의 행복과 성공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그렇다면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재산은 무엇일까?

돈도, 집도, 명문대 합격증도 아니다.

누구도 결코 빼앗을 수 없고, 써도 써도 닳지 않는

화수분 같은 재산—바로 사랑과 자존감이다.

어릴 적 충분히 사랑받았다는 기억,

실수했을 때 등을 두드려 주고 다시 나아가게 해 준 경험은

평생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특히 낯선 언어와 문화를 겪으며 살아가는 이민 가정의

자녀들에게 그것은 든든한 방패이자 날개이다.


아이는 부모의 발자취를 따라 걷지만,

결국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길 위에 작은 등불을 하나씩

놓아주는 일이다.

그 등불이 모이면, 언젠가 아이는 어둠 속에서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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