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국어‘없는 나라, 언어 교육은 어떻게 할까?

미국의 언어 수업

by 김지향

한국 학생들의 시간표에는 ‘국어‘ 시간이 있다.

일본 학생들도 ‘국어’라 부른다.

그러나 미국엔 국어(National language)’라는 개념이 없다.

대신에 ‘ELA(English Language Arts)라는 과목을 배운다.

왜 그럴까?

미국은 단일 민족, 단일 언어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국어’ 시간은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모국어이기

때문에 당연한 개념이다. 그러나 미국은 공식적으로

‘국어(National language)’가 없다.

당연히 미국 사회는 영어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영어만 쓰는 나라였던 것도 아니다.


18-19세기까지만 해도 미국은 다언어 사회였다.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가 지역별로 활발하게

사용되었고, 독일어를 공용어로 지정하자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심지어 20세기 초반까지도 독일어로 운영되는

학교가 있었다. 그러나 양차 대전을 거치며 영어가 강한

입지를 다지게 되면서 사실상 미국 사회의 주류 언어가 된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국어’ 수업은 미국에서 ‘ELA(English

Language Arts)’ 시간이다. 이는 중국에서 언어 수업과

더불어 문학과 전통을 가르치는 ‘어문’ 시간과 같은 개념이다‘국어 문법‘ 이 아닌, 문법, 독해, 작문, 토론이 중심으로

실용적인 영어 사용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뉴스 분석과 광고 해석 능력을 키우는 ‘미디어 리터러시

(Media Literacy)’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즉, ’국어‘과목이라기 보다는 실용적인 언어 교육 과목이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다문화, 다민족 사회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국가들은 이미 오랫동안

‘국어’를 중요한 과목으로 삼았지만, 최근 들어 ‘국어’ 대신

‘자국어 수업(First language)’ 혹은, ‘제1언어 교육’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개념도 시각에 따라 새롭게

보일 수가 있다. 미국에는 ’국어‘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국어라는 개념 자체가 필요 없는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에도 이민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한국어를 ’국어‘라고 부를까?

그것이 영원히 당연한 일일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