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아닌 메시지
어느 나라에서나 옷은 신체를 가리는 역할을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옷은 메시지다.
미국인들은 단순한 패션을 넘어, 옷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신념을 표현한다.
슈퍼맨 티셔츠, 핑크 리본이 새겨진 후드티,
“The Future is Female”이 적힌 티셔츠.
언제는 여행의 기억을, 어떤 날은 정치적 입장을,
또 다른 날은 자신의 뿌리를 드러내는 정체성을 담는다.
미국에서는 브랜드보다 개성이 중요하다.
‘남들과 똑같이’ 보이기보다는 ‘나만의 방식으로’ 보이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문화 속에서 티셔츠와 스웻셔츠는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캔버스가 된다.
‘NASA‘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로 과학에 대한 자신의
‘관심‘ 을 드러내고 ‘Dream on’ 으로 60~70년대
록 문화를 즐기는 취향을 나타낸다.
‘Life is Good‘ 티셔츠는 ‘긍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자신의 철학을 나타낸다.
미국인의 패션은 곧 그들의 서사다
미국에서 기념품 티셔츠는 여행의 흔적을 남기려는 증거다. 19 세기 골드 러쉬에서 이름을 딴 ”The Golden Stat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친구를 보면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캘리포니아 다녀왔어?”
플로리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Sunshine State”가 적힌
티셔츠를 입는다.
미국의 광대한 국토와 로드트립 문화는 ‘어디를 가고 무엇을 경험했는지가 곧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강화시킨다.
브랜드보다 경험을 드러내는 티셔츠가 더 중요한 이유다.
미국에서는 패션이 곧 정치이자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Black Lives Matter” 로 인종 평등을 지지하고,
“We Can Do It!” 으로 여성 노동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No Planet B” 로 기후 변화 문제와 같은 환경운동을 지지한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백악관에서조차 옷을 통해 자기 입장을 표현한다.
3월 12일,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했다.
의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 대화는 심각했고, 논의는 팽팽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엉뚱한 곳에 가 있었다.
“집중을 하려고 하는데…밴스, 양말이 정말 인상적이군요!“
트럼프 대통령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부통령 J.D. 밴스의 발.
세잎 클로버(Shamrock) 패턴이 새겨진 초록색 양말이
보였다. 밴스는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처음 전파한
성인 패트릭을 기념하는 17 일 “세인트 패트릭 데이” 맞아
초록색 넥타이에 세잎 클로버 양말을 신었다.
이른바 “패션 외교”를 통해 미국과 아일랜드의 관계를 공고히 하자는 메시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미국에서 티셔츠와 스웻셔츠가 강력한 자기표현
수단이 된 것은 <반문화 운동(Counterculture Movement)>의 영향이 크다.
1960~70년대 히피들은 브랜드 중심 패션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했고 1990년대 들어 대기업의
광고 대신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SNS의 발달은 패션이
‘나를 알리는 도구’로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는 패션이 곧 정치이자, 사회적 선언이자,
개인의 정체성이다.
어떤 날은 여행을 기억하기 위해,
어떤 날은 신념을 전하기 위해,
또 어떤 날은 클로버 양말을 신어 자신의 뿌리를
기념하기 위해.
당신이 미국에서 티셔츠를 입는다면,
어떤 문구를 고르겠는가?